UAE·인도·싱가포르·파라과이 등 교민 귀국 전세기 투입 요청 봇물 두바이교민 "재외공관 도움보다 각자 방법 찾는게 더 나은 상황"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 동티모르, 파라과이,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있는 우리 국민의 귀국을 위한 전세기 투입 요청 청원 글이 다수 올라온 상태다. 전날에만 6개의 전세기 관련 청원이 올라올 정도다.
이들 대부분 현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국경봉쇄령’, ‘이동제한령’, ‘공항폐쇄’ 조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전날 인도에 전세기 투입을 요청한 청원인은 “2월 인도 첸나이 지역으로 출장을 떠난 신랑이 현재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인도 호텔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라며 “인도 정부에서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모두 이동을 막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 인도 첸나이 지역에 약 900명의 교민이 한국에 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 25일부터 내달 14일까지 모든 항공기의 운항을 중단했다. 또 지난 13일부터 내달 15일까지 모든 외국인에게 발급된 기존 비자의 효력도 중단하며 외국인 대한 입국을 제한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의 코로나19 통제 조치로 두바이 최대 쇼핑몰인 두바이몰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문을 닫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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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비자 입국과 공항 운영을 중단한 UAE에서도 교민을 위한 전세기 투입을 요청했다.
‘UAE 교민·유학생·단기체류자 한국국민에게 전세기 보내주시길 바랍니다’는 제목으로 전날 올라온 청원 글에는 “모든 하늘길 및 공항이 폐쇄돼 단기 체류·공무원·외교관·주재원·산업현장직 모든 분이 하루아침에 비행기 취소로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특히 이 청원인은 “심지어 급작스러운 비행기 취소로 인해 오도 가도 못하며 공항에서 수일을 갇혀 계신 분들도 많다”며 “거처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국민들이 많이 있다”고 전세기 투입을 청원했다.
두바이에 거주 중인 한 교민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두바이 공항에 9명 정도가 일주일 넘게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귀국을 위해 환승을 하려다 무비자 입국 중단, 비행기 취소 등으로 공항에 갇힌 것 같다”고 말했다.
UAE는 지난 19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72개 입국비자 면제 대상의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고, 25일부터는 2주간 모든 이착륙 및 환승 여객기 운항을 중단한다는 조처를 내린 바 있다.
이 교민은 “두바이에 여행 오셨다가 발이 묶인 분도 다수인 듯한데, 영사관에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12시(정오)면 영사관 문이 닫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바이 교민들의 모바일메신저 단체방에 남겨진 글을 공유했다.
교민이 공유해준 글에는 “20년 동안 이곳 사회를 지켜본 교민이다. 대사관에 의존보다는 이 방에 계시는 모든 분이 하나가 되어 정보 공유하여 돌파구를 찾는 것이 현명할 듯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지 한국 대사관, 영사관 등 도움을 구할 길이 없어진 교민들이 각자 귀국 방안을 모색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영욱 두바이 총영사는 “영사관 문을 닫거나, 단축근무를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두바이공항공사로부터 확인한 결과 공항에 발이 묶인 한국민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 총영사는 “한인회와도 긴밀하게 연락하고 있다”며 “임시항공편 마련 방안에도 힘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귀국을 원하는 교민을 위해 항공편 마련도 알아보고 있다.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서 자국민을 위해 띄운 전세기에 교민을 태우는 조치도 진행하고 있다”며 “이날 오전에도 태국행 전세기편에 우리 교민 11명을 ‘귀국을 위한 환승’ 조건으로 태워 보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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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반대로 정부의 전세기 투입을 반대하는 청원도 있다. 최근 해외 유입 확진자의 수가 증가해 ‘코로나19 해외 유입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전세기 투입에 막대한 예산과 방역인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3일 ‘이태리(이탈리아) 교민을 위한 전세기 지원 반대’를 요청한 청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국민들이 걱정과 불안 속에서 생계를 위협받으며 살아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유가 없다”며 청원 배경을 설명했다.
이 청원인은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할 정도로 경제가 어렵고, 2차 추경까지 말이 나오는 시점”이라며 “이태리에 전세기를 띄운다면 다른 나라 교민들도 다 전세기 요구할 텐데 그것도 걱정된다”고 했다.
전세기 투입을 두고 해외 교민과 국내 국민과의 의견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날 이탈리아 밀라노 교민을 위한 정부 전세기가 출발했다.
송세원 정부 신속대응팀장(외교부 여권과장)은 전날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밀라노에서 탑승 예정인 우리 국민 수는 310여명으로 확인되는데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다”며 “귀국 희망하는 국민과 함께 무사히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송세원 신속대응팀장이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2터미널 출국장을 통해 이탈리아로 출국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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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ajuchi@ajunews.com
정혜인 ajuch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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