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 걸리지 않을 것이란 생각, 법으로 금지하지만 남성들 문화에선 서로 관대하게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 'n번방'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이현숙 여성아동청소년 사회단체 탁틴내일 대표)
여성과 청소년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찍게 하고 텔레그램에 유포한 이른바 'n번방' 사건.
이 사건 핵심 피의자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씨가 지난 25일 검찰에 송치되며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조씨 검거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착취 대화방 운영자와 이용자 모두 처벌을 요청하는 청원이 잇달았고, 가입자 전원의 신상 공개 요구 청원에는 30일 기준 약 200만명이 동의했습니다.
국민적인 공분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은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고, 민갑룡 경찰청장은 조주빈과 조력자, 관전자 전원에 대한 수사 방침을 밝혔는데요.
"검거된 운영자 조주빈 뿐 아니라 박사방 조력자, 영상 제작자, 성착취물 영상을 소지·유포한 자 등 가담자 전원에 대해 경찰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투입해 철저하게 수사하겠습니다."(지난 24일 민갑룡 경찰청장 국민청원 답변 중)
실제 텔레그램 성착취물 대화방 전신인 불법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 운영자 송모 씨의 형량은 징역 4년, 제2의 소라넷 'AV스누프' 운영자 안모 씨의 형량은 징역 1년 6개월에 그쳤습니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초범이다, 가장이다. 심지어는 수사에 협조했다, 이런 이유로 굉장히 낮은 형량을 선고하기도 하고 청소년이나 초범이라고 하면 기소유예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다 보니 내가 법을 어긴다고 해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생겨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한국은 아동청소년 음란물 관련 성범죄 처벌에서 국민의 법 감정에 비춰볼 때 실제 형량이 턱없이 낮은데요.
그러나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7년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한 성범죄자의 평균 징역 형량은 2년여에(24.11개월) 불과합니다.
실제 다크웹(접속하려면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 웹) 최대 아동 음란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한국인 손모 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다음 달 출소합니다.
반면, 해외의 경우 해당 사이트에서 영상을 1회 다운로드한 미국인은 현지에서 징역 70개월을, 영상을 올린 영국인은 22년형에 처해졌습니다.
이 같은 디지털 성범죄 판례들 탓에 텔레그램 성착취물 제작·유포 사건의 강력 처벌에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습니다.
특히 이번엔 대화방 내 단순 시청자에 대한 처벌 요구도 빗발쳤지만, 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려운 법률 공백 등 문제점도 제기됐습니다.
서 변호사는 "텔레그램에서 (영상을) 시청했다는 것만으로는, 또 이 성착취물이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현실적으로 단순 음란물 소지죄로 처벌할 수 없는 법률 공백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에 또 다른 n번방 양산을 막으려면 엄격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 마련,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한데요.
여야를 막론하고 형법, 성폭력처벌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n번방 방지법을 앞다퉈 발의하고 신속한 처리를 강조했습니다.
그중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디지털 성범죄물이 있는 온라인 채팅방에 가입하거나 들어간 행위만으로도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하고 소급적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 변호사는 "법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기존 법률을 개정하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법률을 제정해 처벌 영역을 확장할지, 어떤 행위까지 우리가 범죄 행위로 볼 것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를 향한 사회의 침묵이 만들어낸 n번방.
경찰과 검찰의 철저한 수사, 관련자 전원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디지털 성범죄 카르텔을 끊어내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이은정 기자 이예린 김정후 인턴기자 / 내레이션 이예린 인턴기자
mim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여성과 청소년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찍게 하고 텔레그램에 유포한 이른바 'n번방' 사건.
이 사건 핵심 피의자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씨가 지난 25일 검찰에 송치되며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조씨 검거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착취 대화방 운영자와 이용자 모두 처벌을 요청하는 청원이 잇달았고, 가입자 전원의 신상 공개 요구 청원에는 30일 기준 약 200만명이 동의했습니다.
국민적인 공분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은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고, 민갑룡 경찰청장은 조주빈과 조력자, 관전자 전원에 대한 수사 방침을 밝혔는데요.
"검거된 운영자 조주빈 뿐 아니라 박사방 조력자, 영상 제작자, 성착취물 영상을 소지·유포한 자 등 가담자 전원에 대해 경찰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투입해 철저하게 수사하겠습니다."(지난 24일 민갑룡 경찰청장 국민청원 답변 중)
그러자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그간의 솜방망이 처벌이 결국 n번방, 박사방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분노가 들끓었습니다.
실제 텔레그램 성착취물 대화방 전신인 불법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 운영자 송모 씨의 형량은 징역 4년, 제2의 소라넷 'AV스누프' 운영자 안모 씨의 형량은 징역 1년 6개월에 그쳤습니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초범이다, 가장이다. 심지어는 수사에 협조했다, 이런 이유로 굉장히 낮은 형량을 선고하기도 하고 청소년이나 초범이라고 하면 기소유예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다 보니 내가 법을 어긴다고 해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생겨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한국은 아동청소년 음란물 관련 성범죄 처벌에서 국민의 법 감정에 비춰볼 때 실제 형량이 턱없이 낮은데요.
국내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이하 아청법) 11조에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제작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영리 목적으로 음란물을 판매·배포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7년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한 성범죄자의 평균 징역 형량은 2년여에(24.11개월) 불과합니다.
실제 다크웹(접속하려면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 웹) 최대 아동 음란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한국인 손모 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다음 달 출소합니다.
반면, 해외의 경우 해당 사이트에서 영상을 1회 다운로드한 미국인은 현지에서 징역 70개월을, 영상을 올린 영국인은 22년형에 처해졌습니다.
서혜진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만 보더라도 우리 법률에 따르면 무기징역도 선고할 수 있다"며 "그런데 실제 무기징역이 선고되는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디지털 성범죄 판례들 탓에 텔레그램 성착취물 제작·유포 사건의 강력 처벌에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습니다.
특히 이번엔 대화방 내 단순 시청자에 대한 처벌 요구도 빗발쳤지만, 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려운 법률 공백 등 문제점도 제기됐습니다.
서 변호사는 "텔레그램에서 (영상을) 시청했다는 것만으로는, 또 이 성착취물이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현실적으로 단순 음란물 소지죄로 처벌할 수 없는 법률 공백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다만, 경찰은 텔레그램 기본 설정상 파일이 자동 다운로드되는 기능이 있어 미성년자 성착취물 시청자에겐 아청법상 음란물 소지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에 또 다른 n번방 양산을 막으려면 엄격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 마련,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한데요.
여야를 막론하고 형법, 성폭력처벌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n번방 방지법을 앞다퉈 발의하고 신속한 처리를 강조했습니다.
그중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디지털 성범죄물이 있는 온라인 채팅방에 가입하거나 들어간 행위만으로도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하고 소급적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 변호사는 "법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기존 법률을 개정하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법률을 제정해 처벌 영역을 확장할지, 어떤 행위까지 우리가 범죄 행위로 볼 것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를 향한 사회의 침묵이 만들어낸 n번방.
경찰과 검찰의 철저한 수사, 관련자 전원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디지털 성범죄 카르텔을 끊어내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이은정 기자 이예린 김정후 인턴기자 / 내레이션 이예린 인턴기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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