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텔레그램 음란물로 가득해" 'n번방' 내부고발 20대 심경 토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n번방' 사건 내부고발자 A 씨 과거 '음란물 방' 운영 혐의로 체포

'음란물 방' 운영하며 수 많은 'n번방' 목격

극단적 선택 '박사방' 회원 부럽다 심경 토로

아시아경제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나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미성년자 등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n번방'을 운영한 성범죄자들은 불법적으로 확보한 피해 여성들의 개인정보를 입수, 나체 사진 등을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보낸다고 협박해 범행을 저질렀다.


그중 지난해 10월 텔레그렘에서 '음란물 방'을 공유하다 경찰에 적발, 현재 불구속 조사를 받는 20대 남성 A 씨가, 최근 텔레그램 한 대화방에 입장문을 올리고 범행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현재 'n번방' 사건과 관련해 내부고발자 성격으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 범행 등을 폭로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25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텔레그램 링크 클릭 "정말 많은 음란물 있어…n번방 목격"


A 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3월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에서 한 링크를 통해 텔레그램 대화방에 접속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텔레그램 대화방에) 정말 음란물들이 있었고 다른 방으로 통하는 링크가 있었습니다"라며 "OO 갤러리,(여학생 교복 불법촬영), △△ 로리방(아동 청소년물 공유), N번방(갓갓), 딥페이크 공유방이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그는 직접 음란물을 공유하는 대화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그런 범행을 저지르게 된 배경에 대해 "다른 사람들도 하는데 나도 해야지", "음란물 사이트도 다 막혔는데 여기서 봐야겠다", "그런데 난 공유할 음란물이 없는데 어떡하지? 내가 방장이 되어야겠다"하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A 씨는 대화방 운영 기간에 대해서는 "2019년 3월부터 9월까지 운영하였고 방의 규칙으로는 로리(미성년자 음란물)물 금지, 채팅 금지, 혐오 게시물 금지, 1주일에 7개를 올릴 것이라고 지시하였습니다. 그럼 정말 서로가 서로의 음란물을 보려고 올립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음란물은 어디서 처음 나타난 건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인터넷 음란사이트들에 흔히 떠돌던 것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방을 운영하자 어느덧 사람이 4000명, 자료는 4만 개에 달했습니다"라고 방 규모에 관해 설명했다.


아시아경제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박사방'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한강에 투신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47분께 한강 영동대교에서 40대 남성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사진은 27일 오후 한강 영동대교 부근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죽음으로서 죗값 치른 박사방 회원 부럽다"


방이 활성화하자 A 씨는 방을 유료로 전환했다. 그는 "8월 말부터 컵라면, OO 치킨, 문화상품권 5천 원, 카페 OO, 20만 원 2회 5명에게 받고 방을 입장시켰습니다. '난 다른 사람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좋은 일 하는 거야'라는 잘못된 가치관을 갖기도 했었습니다"라며 범행 당시 자신의 심정을 고백했다.


이어 "그러다 9월 초 위험성을 자각하고 이제 학교 개강도 했으니 그만해야겠다 싶어 텔레그램을 탈퇴하였습니다. 그 후 2019년 10월 중순 경찰청에 검거되었습니다. 현재는 경찰, 검찰 조사를 받고 기소되어 재판대기 중이고요."라고 설명했다.


경찰 체포로 범행을 멈춘 A 씨는 "검거되고 보니 알겠더라고요. 지우고 싶은 과거가 나보다 힘센 존재들에게 유통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심리적으로 괴로운지요. 피해자의 심정이 이렇겠구나 싶더라고요."라며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n번방' 사건과 관련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에 대해서는 '부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A 씨는 "솔직히 3월27일 한강 투신한 박사 회원에 대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는 죽음으로서 죗값을 치렀고, 사회 경각심과 정의 구현을 실천했고, 다음 생에는 당당히 살아가겠구나.. 싶어서요"라고 했다.


현재 그는 조주빈 범행 등 'n번방' 사건에 대해 내부고발자 성격으로 그들의 범행을 폭로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오늘(30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 대한 조사를 재개한다. 검찰은 지난 25일 조씨 사건을 송치받은 이후 26일과 27일 조사를 진행했다.


1·2차 조사에서는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개설하고 운영한 경위와 그룹(방) 내역, △그룹별 회원 수와 등급, △운영 방식, △주요 공범들의 역할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조주빈은 미성년자 등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 돈을 받고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유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조주빈에 앞서 해당 혐의로 경찰 추적을 받는 피의자는 '갓갓'(텔레그램 닉네임)이다. '갓갓' 역시 'n번방'을 운영하며, 여성을 상대로 파렴치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현재 '갓갓'이 이용했던 IP를 특정해 추적중이다.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촬영·유포,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여성긴급전화136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02-735-8994)에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