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지수 전월比 18.5p 급락…금융위기 땐 12.7p 떨어져
임금수준전망 사상 최저…주택가격전망·물가인식 등은 '보합'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서울시민의 체감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은 가운데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상가에 임대 문구가 붙어있다.2020.3.2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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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코로나19 공포감이 휘몰아친 3월의 소비심리 하락폭이 월별 통계 발표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하락폭을 앞질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금융위기보다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심리지수, 11년 만에 가장 낮아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0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8.4로 전월대비 18.5p(포인트) 급락했다. 하락폭은 월별 소리자심리지수가 발표된 2008년 7월 이후 11년8개월 만에 가장 컸다. 사실상 역대 최대다. CCSI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된 2009년 3월(72.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았다.
CCSI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3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웃돌며 '낙관적'이었다가 코로나19 여파로 2월 비관적으로 전환했다.
CCSI는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19년 12월)를 기준값(100)으로 잡고 100보다 크면 낙관적, 작으면 비관적이라고 해석한다. 소비자동향지수(CSI)는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다.
3월 CCSI는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CCSI는 12.7p(90.6→77.9) 급락했다. 이달 하락폭이 5.8p나 깊었다. 금융위기 당시 CCSI는 2개월간 10.2p(11월 -5.0p, 12월 -5.2p) 추가 하락한 후 2009년 1월 7.1p 반등했다. CCSI는 6개월이 지난 2009년 4월(93.0)에야 급락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표 중 5개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2009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 전망인 향후경기판단CSI(62, 전월比 -14p)는 2008년 12월 이후 11년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6개월 전과 현재를 비교한 현재경기판단CSI(38, -28p), 생활형편전망CSI(83, -10p), 가계수입전망CSI(87, -10p), 가계지출전망CSI(93, -13p)는 모두 2009년 3월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나머지 현재생활형편CSI(83, -8p)는 2012년 1월 이후 8년2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각 지수의 하락폭은 코로나19 사태의 부정적 파급력을 더욱 여실히 드러낸다. 현재생활형편CSI와 생활형편전망CSI는 각각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2011년 3월, 2008년 10월과 같았다. 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CSI는 사상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한은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 등의 영향으로 경기 관련 지수와 가계 재정상황 관련 지수가 모두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1년 뒤 월급 상승 기대 '사상 최저'
임금수준전망CSI(109, -7p)는 100을 넘기며 1년 후 임금이 오를 것으로 보는 가구가 여전히 많았지만, 지수로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제침체 시나리오가 힘을 얻자 내년 임금이 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본 사람이 가장 많았다는 의미다.
주택가격전망CSI(112, 0)는 전월과 같았다. 주택가격전망CSI는 지난해 3월(83) 이후 12월(125)까지 꾸준히 상승하다 정부의 고강도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영향으로 올해 1월(116) 9p 하락한 후 내림세를 보여왔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보합세는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집값 하락 요인, 금리인하에 따른 집값 상승 요인이 함께해 의견이 엇갈린 것 같다"며 "주택 거래는 줄어든 것으로 보이고 가격은 등락이 엇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임시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0.75%로 0.5%p 인하했다. 이번 소비자동향조사는 10~17일 진행됐는데, 임시 금통위가 열리기 전부터 금리인하 가능성이 예상돼 조사결과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인식은 전월과 같은 1.8%를 기록해 8개월 연속 사상 최저치를 이어갔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역시 전월과 같은 1.7%로 2개월 연속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연속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다 1월 1.8%로 0.1%p 올랐지만 2월 다시 떨어졌다.
물가인식은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의미하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전망을 뜻한다. 물가인식은 지난 2013년11월부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013년 9월부터 연 2%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9월 처음으로 1%대로 내려앉았다.
한은 관계자 "물가도 코로나19 사태와 유가 하락에 따른 하락 요인과 금리인하와 소비자물가 상승세에 따른 상승 요인이 혼재하며 보합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m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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