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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청와대발 '총선과의 거리 두기'…사실상 '진문' 분란 향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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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일말의 오해 없게 코로나19 대응에만 전념하라"

여권 비례정당 어느 쪽 편들 생각 없는데 '문심' 끌어대는 상황 차단

연합뉴스

정당투표 용지 상단 쟁탈전…여야 셈법 복잡(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기자 = 여야가 총선에 나설 선수를 대부분 확정하고 후보 등록을 시작함으로써 선거 채비를 서두르는 당일 청와대가 '총선과의 거리 두기'를 선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다른 업무는 하지 말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및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업무에만 전념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선거와 관련해 일말의 오해가 없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청와대가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참모들 역시 선거와 관련한 언급을 삼가왔던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지시는 별반 새로울 게 없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의 지시 내용보다는 이 같은 지시가 나온 시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에 뿌리를 둔 범여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정봉주 전 의원 등이 주도하는 열린민주당 사이의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시민당이 비례투표 용지 위 칸에 오도록 민주당이 의원을 꿔주는 행태나 민주당 공천에서 밀려난 인물과 다수의 친(親)조국 전 법무장관 인사들이 열린민주당에 모이는 모습은 정당정치의 퇴행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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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승리 다짐하는 열린민주당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열린민주당 김진애, 최강욱, 김의겸, 주진형 등 비례대표 후보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약정책회의에서 총선 승리를 다짐하며 파이팅하고 있다. 2020.3.26 zjin@yna.co.kr



청와대로서는 문 대통령과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여당을 비롯한 범여권의 자충수에 우려가 컸으나 그동안 이를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으로서는 친문(친문재인) 표심을 조금이라도 더 얻고자 자신의 이름을 끌어다 쓰는 행태만큼은 묵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에 있던 참모들이 열린민주당으로 간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시민당이나 열린민주당에 대한 모든 질문에는 입장이 없다는 것이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시민당이든, 열린민주당이든 그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중립을 지키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을 우회적으로 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을 소개하며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을 '문 대통령의 입'으로,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과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문 대통령의 칼'로 표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전한 뜻에 비춰보면 문 대통령은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끌어다 쓰면서 그들의 출마에 대통령이 뜻이 담긴 듯 해석되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보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김 전 대변인과 최 전 비서관의 출마를 일관되게 '개인적 선택'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행태에 민주당이 가세해 소위 '진문'(眞文) 논란이 벌어지는 것 역시나 청와대와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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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하는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1번 신현명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회의실을 방문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1번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신 교수와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등 비례대표 후보10명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예방했다. 2020.3.26 jeong@yna.co.kr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구로을에 출마하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합류를 결정한 당은 더불어시민당"이라며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무단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기를 부탁한다"며 열린민주당을 공격했다.

이름이 다른 민주당과 시민당이 사실상 한 몸이라는 사실과는 무관하게 문 대통령의 이름을 앞세워 가며 누가 대통령의 적통인지를 열린민주당과 다투는 듯한 양상 자체를 청와대가 달가워할 리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나 4년 전 현 상황과 유사한 '진박'(眞朴) 공천 논란으로 내홍을 겪던 새누리당이 참패했던 경험은 '진문' 분란에 대한 청와대의 우려를 키웠을 수도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는 더욱 확실하게 '선거와의 거리 두기'에 들어간다"고 한 것은 결국 문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여 쓸데없는 논란을 키우지 말라는 묵직한 경고로 해석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는 '진문' 논란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우리 할 일만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라고 언급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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