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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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3개월간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하면서 한국판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에 나섰다. 유동성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증권사와 단기자금시장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은행을 통해 기업과 가계 등 실물부문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기는 역부족일 수 있다. 다행히 저유가에다 수요 압력도 없는 상황이어서 한은이 돈을 푼다고 해도 물가 상승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한은은 26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다음달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금융기관이 보유한 채권을 환매(RP) 방식으로 무제한 사주기로 했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없었던 파격적인 대책이다.
한국판 양적완화 실행으로 숨 넘어가기 직전까지 몰렸던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시장과 일부 증권사들은 생로를 찾게 됐다. 한은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소위 '돈맥경화' 현상이 해소될 전망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에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원래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해지는 분기말효과가 존재하는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 단기자금시장 불안이 겹치며 평소보다 많이 불안한 상황이었다"며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인 CP와 전자단기사채 시장에 숨통을 틔워주는 조치라는 측면에서 시장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물경제는 별개다. 한은이 유동성이 풍부하게 공급하더라도 실제로 대출에 대한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라 기업과 가계 등 실물부문으로 자급공급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ELS(주가연계증권), PF(프로젝트파이낸싱)지급보증 문제가 터진 증권사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은행에는 원래 유동성 문제가 없던 것으로 안다"며 "은행이 얼마나 리스트테이킹(위험부담)을 하려고 할지가 핵심인데 (코로나19로) 부도위험이 높다고 생각하면 늘어난 유동성을 다시 초과지준으로 넣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CP와 회사채 등의 금리를 인하하는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안 교수는 "RP매매 대상채권을 늘리긴 했지만 회사채를 매입하는데까지는 안 갔기 때문에 금리하락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며 "간접효과는 있겠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한 제한적 유동성 공급이지 기업이나 가계로 (자금공급이)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민간 금융기관 창구에서 리스크를 책임지고 (기업과 가계에) 자금을 빌려주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수입물가 중 중요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진 상황이고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확실시 될 정도로 경기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무제한 유동성 공급 자체도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를 기반으로해 한은이 원한다면 언제든 자금을 흡수할 수 있다. 과잉유동성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창섭 연구원은 "유동성확대로 단기자금시장에 자금을 공급하지만 지속적인 자금이 아니기 때문에 바로 회수가 가능하다"며 "분기말, 분기초 효과를 스무딩해주는 정책이라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유동성 확대에 따라 한은이 손실을 볼 가능성도 낮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RP매매 대상증권 확대 범위는 국제신평사가 국가신용등급과 동일하게 평가했고 국내신평사에서는 AAA로 평가받은 정부·공공기관 채권"이라며 "이런 채권들은 손실보전 조항이 있고 거기에 따른 별도 위험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한고은 기자 dorem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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