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등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를 일삼아온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서울 종로 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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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의 성 착취물을 제작해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찰로 송치되며 마침내 얼굴이 공개됐습니다. n번방 전 운영자 와치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던 검찰은 보강 수사에 나섰고요. n번방과 여기서 파생된 박사방을 향한 수사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이에 n번방과 박사방 의 ‘끝’이 어딜지 그 어느 때보다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입니다.
사실 n번방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닙니다. 불법 음란물 공유는 우리 사회에 꽤 뿌리깊게 자리 잡은 현상이죠. 그 시작은 ‘소라넷’이라고 해요. n번방의 시초 격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n번방의 전직 운영자 중 한 명은 “소라넷을 계승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어요.
‘n번방 시초’ 소라넷, 17년만에 사라지다
1999년 개설된 소라넷은 미국과 네덜란드 등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2016년 폐쇄됐다. 사이트 운영자 송모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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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넷은 1999년 개설된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였습니다. 폐쇄 당시 서버에서 100만개 이상의 이용자 계정이 확인됐죠. 이곳에서 아동 포르노와 몰래카메라 영상, 유명인의 얼굴을 합성한 음란물 등이 대거 유포됐어요. 수사 당시 확인한 음란물만 8만건이 넘었다고 해요.
소라넷 운영자들은 2015년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뉴질랜드와 호주 등으로 거주지를 옮기며 도피 생활을 했어요. 2016년 사이트가 폐쇄될 때까지 무려 17년 동안 해외 이곳 저곳으로 서버를 옮겨 운영한 겁니다. 경찰은 미국, 네덜란드 등과 공조 수사를 통해 소라넷의 네덜란드 서버를 압수수색해 결국 사이트를 폐쇄했습니다.
운영자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수사가 시작되면서 운영자 6명 중 국내 거주자 2명은 붙잡혔습니다. 그러나 주범 송모씨 등 4명은 도피 생활을 이어갔어요. 4명 중 유일하게 한국 여권 소지자였던 송씨는 외교부가 여권을 무효화하자 2018년 6월 자진 귀국해 구속됐어요. 그러나 형량은 징역 4년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공범 3명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고요.
제2의 소라넷 우후죽순… ‘솜방망이 처벌’ 여전
한국과 미국, 영국 등 32개국 수사기관이 ‘다크웹’(Dark web)에 개설된 아동음란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단속하면서 사이트 폐쇄 사실을 알리는 화면이 뜨고 있다. 경찰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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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넷이 위기를 맞은 사이 제2의 소라넷은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이들이 여기저기서 이합집산한 겁니다. 80기가바이트(GB) 분량의 성 착취물 영상 수만 건을 올린 불법 촬영물 사이트의 운영자, 음란물을 제작한 뒤 유통시킨 사이트 운영자 등이 연달아 붙잡혔어요. 제2의 소라넷으로 급부상했던 ‘AV스눕(AVSNOOP)’은 한때 회원수가 121만명에 이르는 등 절정기를 맞기도 했죠. 물론 2017년 경찰에 적발되면서 마찬가지로 폐쇄됐습니다.
성 착취물 유포자들과 경찰의 쫓고 쫓기는 추격은 그 이후로도 계속됐습니다. 최근에는 수사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IP 추적이 어려운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보안이 강점인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범죄가 생겨났어요.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웰컴 투 비디오(Welcome to Video)’ 기억나시나요? 폐쇄형 비밀사이트 다크웹(Dark web)에 개설된 세계 최대 아동ㆍ청소년 불법 음란물 공유 사이트였습니다. 2015년 개설된 웰컴 투 비디오는 한국, 미국 등 32개국 수사기관이 2017년부터 공조 수사를 벌여 끝내 폐쇄됐어요. 국제 수사 공조로 검거된 이용자 300여명 중 223명이 한국인으로 밝혀지면서 충격을 안기기도 했죠. 한국인이었던 운영자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에요.
불법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는 적발과 함께 모두 폐쇄의 길을 걸었습니다. 물론 운영자와 이용자들에 대해서는 매번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n번방 가해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강조했는데요. n번방과 박사방의 말로는 과연 어떨까요? 모두가 바라는 결말이 나올 수 있을까요?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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