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관련 가해자들 엄벌 필요 강조…"형벌 하한선 있어야"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마련 위해 직접 뛰어
불법 유포 영상 삭제 지원 등 피해자 위한 지원책에도 집중
취임 6개월을 갓 지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n번방`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여가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다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n번방` 사건으로 국민들은 여성과 아동, 청소년을 사회 다양한 폭력으로부터 예방하고 보호하는 여가부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역할에 대한 요구가 높다. 법을 입법하는 국회에서조차 관련 법 처리를 방치해왔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인터뷰 |
이 장관은 그동안 꾸준히 양형위원회에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을 요청해왔고, 앞으로는 국회에도 관련 법안 마련과 처벌 강화 등을 적극 요구할 방침이다. 피해자를 위한 법률 지원 등도 끝까지 함께할 계획이다. 그는 “아동·청소년 관련 영상을 다운로드하는 것에 대한 처벌강화와 함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양형기준이 필요하다”며 “n번 방과 같은 것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과의 일문일답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하는데,
△디지털 성범죄의 특징은 피해자의 고통은 끝이 없는데 가해자는 이에 대한 의식조차 없다는 것이다. 피해와 가해의 격차가 너무 큰 범죄다. 무조건 벌을 받는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특히 보호해야 할 아동과 청소년과 관련해서는 불법 동영상을 다운로드하는 것의 처벌을 현재보다 강화해야 한다. 현재 1년 이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법정형을 강화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다. 또한 아무리 형벌이 높아도 ‘이하’라고 하면 처벌이 약해질 수도 있으니 형벌 하한선을 만드는 것에 대한 법 개정도 요구하고 있다.
-n번방의 경우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일각에서는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처벌이 만사가 아니라 하나 디지털 성범죄는 특수성 때문이라도 국민 정서에 따른 양형기준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양형기준이란 게 기존 판결된 선례가 쌓여야 그걸 기준으로 하는데, 디지털 성범죄는 판례와 선례가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피해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예외적으로라도 양형기준을 만들어줄 것을 양형위원회에 직접 요청했다. 원래라면 위원회 안건으로 올리기도 어렵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위원회에서 여론에 근거한 양형기준을 만드는 방안을 수용해 7월쯤에는 양형기준에 대한 심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여가부에서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고통은 끝이 없다. 동영상 유포에 2차 가해까지 더해지며 상처 회복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상담지원과 법률 지원뿐만 아니라 불법으로 유포된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지울 수 있는 삭제지원시스템도 강화하려고 한다. 특히 해외 사이트에 유포된 동영상은 삭제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영상물의 DNA를 추출해 추적하고 삭제하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고 이 DNA 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하려고 한다.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들은 자신의 가벼운 행동이 사회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과 불법 유포된 동영상 삭제 등을 위해 나라의 인력과 세금 등이 투입되는 것 등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은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공유하면 처벌을 받게 돼 있다. 사이트에서 열람할 수 있지만 접근이 쉽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 성범죄자 신상 정보를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와 앱, 우편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상반기에는 우편으로 보내는 신상정보를 스마트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도록 전자고지를 도입할 계획이다. 성범죄자 신상 공유와 관련해서는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크고 개정 법률도 발의돼 있다. 악용할 목적 없이 개인 간 단순히 공유하는 것에 대한 처벌 규정은 완화하는 등 유연한 대응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남녀간 대립과 그에 따른 혐오 확산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젊을수록 그런 현상이 뚜렷하다고 하는데. 해법은 없나.
△혐오라는 건 사회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해결점을 찾을 수 없는 경우 희생양을 찾아 일어나곤 한다. 일제강점기 당시 관동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조선인을 혐오했던 것 등만 봐도 그렇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막연한 분노와 불만을 어디에 표출해야 할지 몰라 약자 집단에 이를 투사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다만 다른 성에 대한 혐오가 과잉대표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실제 20대 남성 또는 여성들이 다 그렇지 않은데 인터넷 등에 의견을 많이 표현하는 집단이 과잉대표돼 그것이 마치 전체 의견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가부에서는 젊은 세대의 현상을 좀 더 정확하게 보고 이에 대한 책임감 있는 대답,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실제 젊은 층의 생각을 볼 수 있는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1년이 다 됐고 법 개정은 올해 12월31일까지다. 여성들은 여가부가 나서주길 바라고 있는데 계획이 있나.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입법 개선을 위해 관계부처와 여성계와 의료계 등의 의견을 취합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안을 준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부합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입법이 추진되도록 하겠다.
-장관 취임 6개월이 이제 막 넘었다. 여가부는 다른 부처와 달리 특수한 측면이 있는데 취임 후 느낀 한계와 고충 또는 여가부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여가부는 여성, 어린이, 청소년 등 구체적인 대상이 있는 부처다. 그 대상들은 모든 부처의 정책과 관련이 돼 있기도 하다. 덕분에 여가부는 그 대상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를테면 코로나19 상황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하는 등 직접 메시지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여가부는 모든 부처의 일과 연관이 돼 있고 정책의 대상자와 관련 부처를 함께 설득해야 하는 도전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그 때문에 여가부 직원은 타 부처 공무원보다 몇 수 위여야 할 것 같다고도 생각한다. 대상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이를 타 부처가 수용할 수 있게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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