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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1997년 외환위기 재연될라…달러 급등에 동남아시아 부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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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달러값이 동남아시아를 부채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다시 닥칠 수 있다는 경고다.

25일 블룸버그통신은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가 2022년 말까지 갚아야 할 미국 달러화 표시 대외 부채 규모가 419억 달러(약 51조5000억원)를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의 올해 말 만기 도래 대외 부채 규모는 254억 달러로 집계됐다. 갚아야 할 ‘달러 빚’이 앞으로 2년여 사이 65% 급증한다는 의미다. 블룸버그통신은 “2024년엔 (동남아시아와 인도의) 달러 부채가 444억 달러로 증가해 최고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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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시간) 인도 봄베이 증권거래소(BSE)에 마스크를 낀 경비원이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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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를 외화 부채위기 위험 지역으로 꼽았다. 이들 국가는 ▶재정 적자(나랏빚)가 빠르게 늘고 있고 ▶대외 투자 의존도가 높으며 ▶금융시장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특히 취약한 이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달러가치도 치솟는 중이다. 달러값이 오르면 이들 동남아시아 국가가 갚아야 할 달러 표시 부채의 규모도 당연히 따라 커진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무제한 양적완화에 나선다고 발표했지만 ‘달러 품귀 현상’을 잠재우진 못했다. 미국 Fed가 달러를 열심히 찍어낸다 해도 시장에 제대로 풀리려면 시간이 걸린다. 미국 내 산업ㆍ금융업계를 겨냥한 조치라 다른 지역의 달러 가뭄까지 해소하기는 힘들다. 급한 불만 껐을 뿐이다. 미국ㆍ유럽에선 코로나19 확산 흐름에 속도가 붙었고 이로 인한 경기 불황 가능성은 여전하다. ‘셧다운(공장ㆍ업장 폐쇄)’ 조치가 이어지며 돈줄이 막히자 보유 자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려는 경쟁은 계속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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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달러 부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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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Fed의 무제한 양적완화 선언에도 달러 가치 상승세는 크게 꺾이지 않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5일 달러 인덱스는 101.697로 하루 전과 비교해 0.36% 소폭 하락했다. 달러 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준다. 73년 3월 수치를 100으로 기준 삼아 달러 가치의 오르내림을 보여준다. 지난 20일 달러 인덱스는 시장 불안이 최고조에 이르며 102.817까지 치솟았다. Fed의 무제한 달러 살포 선언과 트럼프 행정부의 2조 달러 경기 부양책이 의회에서 극적 합의를 봤다는 소식에 금융시장은 잠시 안정을 찾았지만 달러 몸값은 여전히 높다. 101 안팎에 머물러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번지기 전 90대 중반을 오가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코로나19로 점점 취약해지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경제 체력도 문제다. 24일 국제금융협회(IIF)는 공개한 경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아시아 태평양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2.4% 증가하겠다고 전망했다. 2019년(5.5%)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성장률이다. IIF는 보고서에서 “올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성장률은 97~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국가별로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와 견줘 반 토막 아니면 3분의 1토막 날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7%에서 올해 2.9%로, 인도네시아는 5.1%에서 2.7%로, 말레이시아는 4.2%에서 1.1%로 낮아지겠다고 IIF는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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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달러값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재연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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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년간 초저금리가 지속하면서달러 빚을 수조원 늘려온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기업들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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