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코로나19 대응·통화스와프 등으로 단단한 협력관계 재확인
비핵화 교착 장기화 속 북미도 친서교환 등으로 정상 간 신뢰 다져
'정상 간 소통, 관계 악화 막는 상황 관리' 해석 제기…효과 제한적일 수도
문 대통령, 미 대통령과 통화 |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 회동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대화의 교착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남북미 정상이 거리를 좁히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어 주목된다.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비핵화 대화가 새로운 국면을 맞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읽히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양국 공조를 논의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한미 정상은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는 한편, 이를 극복하기 위한 양국 협력 방안을 두고도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적극적인 협력을 다짐하며 양국의 공조를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처에 필요한 의료장비 지원을 요청하자 문 대통령은 "국내에 여유분이 있으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화답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말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중 승인되도록 즉각 조치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분야의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지난 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한미가 코로나19 대응 국면에서 전폭적인 협력을 다짐한 것의 연장선이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단기적 관점에서 미국을 통해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성과를 확인하고 한미 간 신뢰를 확인한 것이 적잖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성과는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는 비핵화 대화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또한 긍정적이다.
특히 정확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22일 새벽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을 발표했다는 점도 문 대통령에게 고무적인 부분이다.
김 부부장의 담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에서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할 의향을 밝히는 한편, 북미관계 추동 구상을 설명했다.
북한이 발사체 시험 등을 이어가는 상황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계 개선을 위한 손길을 내미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4일 코로나19에 대응 중인 한국 국민을 위로하는 내용의 친서를 보내오자 문 대통령이 이튿날 감사의 뜻을 담은 친서를 보내는 등 남북 정상은 이미 여전한 신뢰를 확인한 상황이다.
코로나19라는 글로벌 악재 속에서도 남북미 정상이 대화 재개의 필요조건인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톱다운' 방식의 해결이 여전히 유효한 시나리오라는 관측을 낳게 한다.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일었던 의료물품 지원 등에서 미국이 예외를 인정하고 남북 방역 협력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전환점이 마련되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상 간 소통이 신뢰를 확인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보장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 담은 메시지가 비핵화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겨냥하기보다 11월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상황 관리 차원 정도라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jpar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