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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조주빈 n번방 사건’ 미성년 피해자 “‘스폰 알바’ 유혹 넘어가 개인정보 넘겨. 10살한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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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게 하고 이를 받아 유포한 텔레그램 내 이른바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의 신원이 지난 23일 언론에 공개됐다. 사진은 SBS에서 보도한 조주빈의 모습. 연합뉴스


여성을 상대로 고액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접근해 신상정보를 알아내 협박한 뒤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게 하고 이를 유료 단체 대화방에 불법 유포한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미성년자 피해자가 방송에 출연해 심경을 토로했다.

이 피해자는 생활비를 벌려고 이른바 ‘조건 만남’ 등의 성매매 제안이 오고 가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해자를 처음 만났으며, 이 앱에 미성년자가 많이 접속했던 점에 비춰보면 드러나지 않은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 처벌도 요구했다.

24일 오전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익명의 피해자 A양은 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2018년 n번방 사건의 피해자가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n번방 가해자들과 연결된 과정에 대해 “생활비가 너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 선택지가 아예 없었다”며 “여러 곳을 찾다 보니 채팅 앱에서 조건 만남 그런 걸 봤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떤 분께 ‘월 400에 스폰 알바 해 볼 생각 없느냐’는 제안이 (쪽지로) 왔고 이에 답장을 하면서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A양에 따르면 채팅 앱에서 가해자와 대화를 하다 텔레그램으로 이동했다. 텔레그램에서 가해자는 A양에게 계좌번호를 요구하는 한편 주식 거래 및 입금 예정 등의 장면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당장 돈을 보내줄 것처럼 행동했다.

이에 A양은 가해자에게 계좌번호와 이름을 보냈고, 이후 가해자는 휴대전화 선물을 하겠다며 주소와 개인 전화번호도 요구했다.

A양은 이들 정보를 또다시 넘겼다.

실명과 계좌번호, 주소, 개인 휴대전화 번호 등을 넘기자 가해자의 노골적인 성착취물 영상 요구가 시작됐다고 한다.

A양은 “처음에는 몸 사진만 요구하다 몇시간 후에 ‘얼굴까지 있는 걸 보내면 안 되느냐’고 묻더라”며 “제가 그런 건 부담스러워서 ‘만난 뒤 돈 받고 나서 하면 안 되느냐’고 물으니 (가해자가) ‘내가 선물까지 사줬는데 그런 것도 못 해 주느냐’고 강압적 말투까지 동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래서 그냥 보냈다”며 “하란 대로 계속 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갑자기 ‘교복을 입어 달라’, ‘교복과 함께 스타킹을 신고 찢어달라’, ‘학용품을 사용해 해달라’ 등의 엽기적 요구를 이어갔다”고 부연했다.

A양은 가해자의 요구를 들어주다 몸에 피가 나는 등 상처가 났고 이를 호소했으나 상대는 “그래도 하라”며 강압적 요구를 지속했다고 한다.

A양은 “아직도 고통이 있다”며 “고통이 너무 심했다”고 토로했다.

계속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하고는 말끝을 흐렸다.

가해자의 요구를 순순히 다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A양은 “제 얼굴과 목소리, 개인정보가 이미 다 넘어간 상태”라며 “여기서 그만두면 이 사람이 정보를 가지고 협박할까봐 그랬다”고 밝혔다.

A양은 이렇게 40개의 영상을 넘겼으며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아 한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우울증과 조울증 등에 시달렸다고 했다.

A양은 “스토킹 당하는 기분도 들었다”며 “밖에 나갈 때 완전 꽁꽁 싸매고, 여름날에도 누가 알아보면 안되니까 완전 ‘무장’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n번방에 자신의 영상이 올라갔을 것이라고 본 A양은 “영상이 만약 야동 사이트에 불법 공유되면 이를 본 사람들이 내 얼굴을 모두 아니까 직장생활을 한다고 해도 꼬리가 잡히지 않을까 걱정됐다”며 “몇주 후에 폰 번호를 아예 바꿨고, 이사까지 했다”고 고백했다.

A양은 현재 n번방의 피해자로 알려진 74명 중 16명이 미성년자로 드러난 데 대해 더 많을 것이라고 봤다.

A양은 “가해자를 만난 앱엔 ‘스폰 알바’를 구한다는 채팅이 많이 올라온다”며 “과연 74명만 걸려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가려진 피해자가) 엄청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10살짜리 애한테 한 행동인데, 몸 사진을 보내주면 기프티콘 5만원짜리를 주겠다고 했다”며 “조건 만남 앱 등 트위터 계정의 대부분 사용자가 학생이고, 사회생활을 아예 모르는 미성년자들에게 더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양은 이번 사건의 핵심 용의자로 특정된 조주빈(25·구속)에 대해 “보면서 저절로 손이 떨렸다”며 “앞에선 선량한 척 하면서 뒤에선 미성년자 포르노를 공개하고 협박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게 정말 화가 나고 미칠 것 같다”고 분노했다.

더불어 “감옥에서 평생 썩었으면 좋겠다”며 “어차피 나와서 그 사람이 반성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한편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조주빈 등 다수의 가해자가 해외에 서버를 둔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비롯한 여러 개의 단체 채팅방을 운영하면서 미성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토록 한 뒤 유포하고 이를 대가로 가상화폐 등을 통한 사적 이익을 챙기면서 불거졌다.

현재 경찰은 조주빈을 포함한 모두 124명을 검거했고, 18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피해 여성이 최소 74명이고 이 중 16명이 미성년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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