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민청원 1호로 올라왔지만…법사위서 관련법 소폭 개정에 그쳐
일부 참석자 발언 도마 위에…"처벌조항 신설 신중하자는 취지" 해명
성 착취물 공유 'n번방'…적극수사 촉구 여론 확산 (CG) [연합뉴스TV 제공] |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이동환 기자 = 'n번방' 사건 등 사이버 공간 성범죄를 처벌해달라는 목소리가 국회의 국민청원 1호로 상임위에 회부됐지만, 국회 조치는 관련법을 소폭 손보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회 홈페이지와 속기록 등에 따르면 국회가 1월 10일 온라인 청원사이트 '국민동의청원'을 열자 같은 달 15일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텔레그램 성범죄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수사, 수사기관의 전담부서 신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강화 등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국민청원 개설 이후 처음으로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2월 11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러나 3월 3일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올라온 청원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을 일부 개정해 연예인 등의 사진을 합성해 불법 영상물을 만드는 '딥페이크' 처벌 규정을 추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일부 참석자는 n번방 사건이나 딥페이크 영상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 나온다. 사실상 국회의 '무지'와 '무감각'이 n번방 사건을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령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이것도 소위 'n번방 사건'이라는, 저도 잘은 모르는데요", "(딥페이크는) 자기는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 수도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청소년이나 자라나는 사람들은 자기 컴퓨터에 그런 짓 자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나 혼자 스스로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잖아요. 내 일기장에 내 스스로 그림을 그린단 말이에요"라고 언급했다.
미래통합당 김도읍 의원은 기존 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지 않냐며 "청원한다고 법 다 만듭니까"라고, 같은 당 정점식 의원은 "내가 자기만족을 위해서 이런 영상을 가지고 나 혼자 즐긴다 이것까지 (처벌이) 갈 거냐…"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송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반포(유포) 목적이 없는 영상물을 소지한 것만으로 처벌하는 법 조항을 만드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딥페이크 처벌 규정이 담긴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은 이후 법사위를 통과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n번방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과 실질적 처벌 강화책이 빠진 졸속 입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국회 국민청원에는 23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비롯한 사이버 성범죄의 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게재됐다. 이 청원은 하루 만에 10만명의 동의를 얻으면서 관련 상임위로 이송, 총선을 앞둔 국회는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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