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보 심사지연 심각…중소벤처기업부·지자체 움직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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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소상공인대출과 관련해 할 건 다했습니다. 은행 자체 대출 심사기간은 1~2일로 단축하고, 지역신용보증재단에는 인력까지 파견했습니다. 더이상 뭘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A은행 여신담당 부장)
영세 자영업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출을 받으려면 '선(先)대출 후(後)보증' 등 파격적인 절차 간소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자영업자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지만 정부의 긴급자금지원에도 보증기관의 심사업무 지연으로 대출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탓이다. 은행권은 심사업무 병목 현상을 풀기 위해서는 지역신보의 예산을 쥐고 있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 지역신보에 자영업자들이 신청한 대출은 20만 건으로 현재 10%만 보증서가 발급됐고 남은 대출 18만 건은 여전히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은행들은 지역신보 보증서를 바탕으로 대출을 집행한다. 지역신보 업무가 가중되면서 현재 보증신청, 접수 등의 업무는 은행이 위탁받아 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심사 업무를 지역신보가 도맡아 하면서 대출 지연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역신보 보증서만 있으면 은행은 하루이틀이면 대출 실행을 완료한다"며 "보증기관의 보증서 발급이 늦어지다 보니 대출 실행이 안되고 있는 건데 마치 은행이 소상공인들에게 대출을 안해주는 것처럼 비춰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당초 일각에서는 지역신보가 은행에 심사 업무를 위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정책자금을 기반으로 한 보증부대출 심사의 경우 다른 정책금융기관에서의 대출내역, 상환이력 등을 확인해야 하고 이를 은행 시스템에 구축, 가동하려면 또 다시 6개월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는 게 관계기관의 판단이다. 지역신보를 총괄하는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퇴직 인력을 채용해 심사 업무에 투입하고 기업ㆍ우리ㆍ하나은행 등이 지역신보에 인력을 파견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상태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영업자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당국도 코로나19 대출의 경우 향후 검사대상 제외 등 면책 방침을 통해 은행권이 적극적인 자금 공급에 나설 수 있는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의 전례에 비춰봤을 때 향후 대출 부실시 민간 은행이 사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고, 건전성 악화도 예견되는 만큼 부실을 감수하며 적극적인 여신 확대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권에서는 급랭하는 경기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정책자금 수혈로 인한 온기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이 먼저 대출을 실행하고, 지역신보가 한두달 뒤 보증서 발급에 나서는 심사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역신보가 기존 거래업체나 신용등급, 재산ㆍ소득기준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 일단 대출 심사를 생략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리패스를 받은 소상공인들의 경우 은행이 먼저 대출을 실행하고 보증기관이 한두달 뒤 사후 심사 후 보증서를 발급하면 된다"며 "일정 요건을 갖춘 소상공인의 경우 한 두 달만에 급격하게 형편이 악화돼 폐업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일단 급한 불을 끌 수 있도록 긴급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는 중소벤처기업부, 지역신보는 지자체 산하다. 특히 지역신보의 인사, 예산권한을 모두 쥐고 있는 지자체가 결단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지연으로 지역 소상공인은 폐업 위기 직전인데 실질적인 권한을 쥔 지자체는 책임론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실물경기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가장 타격이 큰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버틸 수 있도록 선대출 후보증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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