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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성추행범 꼭 잡아라" 조언…'n번방' 박사 조주빈의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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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봉사활동 단체 팀장 활동

대학땐 '국정농단' 시국선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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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NGO 단체 홈페이지에 게시된 조주빈(25, 왼쪽 첫번째)의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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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박사'로 불리는 남성의 신원이 조주빈(25)의 이중적 행보가 드러나고 있다. 조씨는 해외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에서 '박사방'(n번방 중 하나)을 운영하며 성착취 영상을 불법으로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됐다.



낮엔 봉사활동 단체 팀장…'국정농단' 시국 선언도



수도권의 한 대학 졸업생인 조씨는 재학 당시 대학 신문인 학보사 편집국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대학 신문에 '실수를 기회로'라는 제목의 칼럼을 쓰기도 하고 학교 폭력 및 성폭력 예방을 위한 학교의 노력을 소개하는 기사도 썼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는 학보사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현재 인천지역의 한 봉사단체 부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씨는 보육원 봉사도 다녔다. 지난해 11월에는 보육원 운동회에 참석해 어린이들과 뛰어노는 모습이 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조씨는 이 단체에서 '장애인팀장'으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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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25)의 네이버 지식인 페이지. [네이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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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는 네이버 지식인으로도 활동했다. 조씨의 대학 신문 기사 하단에 적힌 네이버 메일 주소로 추적해 보면 조씨는 성추행 문제 등으로 고민하는 지식인의 질문에 "부모님께 말씀 드리고 범인을 꼭 잡으라"는 조언글을 남겼다. 지역 감정 문제로 부모님이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을 슬퍼한다는 고민에는 "자신의 이념과 다르다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러며 "비하 표현도 소수의 사람들이 그러는 거지 대체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축구 선수 출신인 디에고 마라도나 사진을 프로필로 걸어놓고 답변을 남긴 끝에는 "채택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조주빈은 좌파" vs "일베 회원이던데"…커뮤니티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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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의 모습. [봉사단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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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커뮤니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조씨의 온라인 행적 찾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조씨의 정치적 성향이 진보인지 보수(또는 일베 커뮤니티 회원)인지 설왕설래 하는 모습도 보인다. 조씨가 범죄를 저지르던 텔레그램 안에서는 일베 커뮤니티에서 쓰는 말투를 쓰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베, 디시인사이드 야구갤러리(보수적 성향의 커뮤니티) 회원들은 조씨의 과거 행적이나 지식인 답변 등을 근거로 "좌파 맞다"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고, 진보 성향 커뮤니티 회원들은 조씨의 네이버 메일 주소로 일베, 오유(오늘의 유머·진보 성향 커뮤니티) 등 커뮤니티에서 아이디 찾기에 사용해 일베에 가입돼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결과물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조씨의 이중적 행적에 대해 "본성이 텔레그램서 드러났다" "진보의 추악한 민낯을 봤다" "학보사에서는 진보적인 척을 해야 인정받고 텔레그램 n번방에서는 일베 말투를 써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거 아닌가" 등의 해석이 난무하다.



조주빈 신상 이미 공개됐지만…경찰 오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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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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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지난 18일 미성년자 등 여성을 상대로 성착취 영상을 찍게 하고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을 통해 판매한 n번방의 사건의 핵심 인물 '박사'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조씨는 당초 자신이 박사라는 것을 부정하고 조사 받는 도중 자해를 시도하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조씨는 자신이 박사라고 인정했다.경찰은 n번방 핵심 3인방인 조씨와 '와치맨'을 검거했고 '갓갓'도 추적 중이다. 경찰은 3인방뿐 아니라 범행을 도운 조력자, 추종자, 대화방 회원 등을 전부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n번방에 참여한 공직자들을 가려내라"며 모든 회원들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한편 24일 경찰은 조씨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를 연다. 그동안 경찰을 통해 신상공개된 경우는 살인 혐의가 포함된 흉악범에 한정됐다. 하지만 조씨 등이 미성년자를 고액 알바로 유인해 가학적인 성착취 영상을 찍게 하고 n번방 회원들의 성폭력까지 유도하는 등 심각한 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상공개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조씨의 이름과 얼굴은 경찰 결정 전날인 23일 언론에 먼저 공개됐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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