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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회원 100만명 ‘소라넷’ 운영자 징역 4년, ‘n번방’은 예견된 범죄[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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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끔찍해서 믿기지가 않는다고? 아니, 생각해보면 사실 이건 너무나 ‘예견된 범죄’였다. 일베, 소라넷 등에서 유사범죄들이 자행됐지만, 누가 제대로 처벌받았나.” ‘미투 운동’에 불을 지폈던 서지현 검사는 텔레그램에서 성착취 동영상을 유포한 ‘n번방 사건’을 두고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여성을 인간 취급하지 않은 자들’ 중에는 성폭행 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올라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는 손에 꼽는다. 솜방방이 처벌, 유야무야되고 말았던 수많은 성폭력 게이트가 지금의 ‘n번방’을 예고한 셈이다. 텔레그램과 웹하드가 등장하기 전, 불법 촬영 동영상 등이 유통됐던 ‘소라넷’도 마찬가지였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성착취물 등을 공유하던 이 사이트는 2004년 첫 단속에 들어갔지만, 2016년에야 폐쇄됐다. 그 후 3년이 지난 2019년, 4명의 운영자 중 한 명에게 내려진 처벌은 징역 4년형이었다. 플랫팀

경향신문

그래픽 | 이아름 areumlee@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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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등장한 ‘소라넷’은 가입 후 영상을 보는 회원들에게 이용료를 받거나 성인용품 광고를 싣는 식으로 이익을 냈다. ‘n번방’의 ‘회원’ 운영 방식은 새로운 형태가 아닌 셈이다.

경찰은 2004년 6월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운영자 63명을 입건했지만 소라넷은 서버를 해외로 이전하면서 단속망을 피해 사이트를 계속 유지했다. 2015년에도 경찰청 사이버안전국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전문요원 15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수사에 돌입했지만 완전히 근절되지는 못했다. 당시 이 전담팀에서는 소라넷 외에도 80GB 분량의 성착취물 수만건을 올린 불법 촬영물 사이트의 운영자, 음란 사진과 영상을 제작한 뒤 회원 수백명에게 가입비 10만원과 월이용료 6만원씩을 받고 유통시킨 사이트 운영자 등을 검거했다.



[기사] 경찰, ‘소라넷’ 해체 돌입…음란물 사이트 일제 단속도(2015년 12월30일)

미성년자 음란방송 유통업자 검거

경찰 수사는 다른 음란물 사이트로 옮겨붙고 있다. 미성년자를 등장시켜 실시간 음란 방송을 한 인터넷 개인방송 운영자 등 음란물 유통업자들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오모씨(24)와 이모씨(42) 등 4개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오씨는 지난달 17일 새벽 한 인터넷 방송 사이트에서 자신의 지인과 미성년 여성과 함께 음란 행위를 하는 모습을 회원 380여 명에게 실시간으로 방송해 700만원가량의 부당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소라넷은 2016년 6월6일 공식 폐쇄됐지만 이 사이트를 없앤 것은 경찰도, 언론도 아니었다. 2015년 10월 시작된 ‘소라넷고발프로젝트’였다. 소라넷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공범을 모집해 술에 취한 여성을 대상으로 강간을 모의하는 창구 역할하고 있던 사실을 사법당국에 고발했다.

소라넷이 사라진 뒤에도 ‘리벤지 포르노’, ‘몰래카메라’라고 불렸던 피해자들의 성착취 동영상을 삭제한 것도 20대 여성 활동가들이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에는 18명의 활동가들이 무급으로 일하며 유포된 영상들을 찾아냈다.



[기사] 인터넷 속 ‘인격살인 동영상’ 지워줍니다(2017년 8월13일)

‘국노’는 포르노 영상 이용자들이 ‘국산 야동 노모자이크’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만취한 여성’을 뜻하는 ‘골뱅이’라는 단어도 검색한다. 검색어마다 관련 동영상 수천~수만개가 검색된다. 주로 남성이 헤어진 여성에게 보복하기 위해 성관계 등 민감한 사생활 장면을 유포한 ‘리벤지 포르노’이다.

[청춘직설] 괴물은 침묵을 먹고 자란다(2016년 1월12일)

소라넷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성에 대한 일상적인 멸시와 혐오가 어떻게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으로 이어지는지 정확하게 보여준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불법적인 음란물이 좌시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것은 그저 단순한 농담이나 취향, 유희가 아니다. 이것은 타인에 대한 침해이자 폭력이며, 인간 존엄의 훼손이고, 범죄다. 그리고 외면과 침묵, 혹은 무관심을 가장한 방조가 이런 폭력과 범죄의 구조를 지속시킨다.



경향신문

2016년 6월, 불법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이 공식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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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넷은 사라져도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2020년 ‘n번방’과 ‘박사방’이 등장하기 전에도 무수히 많은 사이트에는 수만건의 불법 촬영 동영상이 올라왔고 소비됐다. 하루 접속자만 50만명인 사이트에서 추천을 많이 받는 성착취물에 ‘상금’으로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기형적인 운영 방식도 나타났다.



[기사] ‘소라넷’ 문 닫자 해외 사이트 개설, 성매매 1만4000건 알선업자 구속(2018년 3월1일)

외국에 서버를 둔 음란 사이트를 통해 1만4000여건의 성매매를 알선하고 억대 수수료를 챙긴 업자가 구속됐다. 이 업자는 국내최대 음란사이트였던 ‘소라넷’이 경찰 수사로 폐쇄되자 외국에 서버를 둔 사이트를 직접 개설해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이트를 통해 범인들이 현금화한 비트코인은 2016년 한 해에만 15억 원 규모였다.

[기사] “100억 벌어 화려하게 살려고”···국내 최대 음란사이트 운영한 법무사(2017년 1월17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법 등 위반 혐의로 법무사 정모씨(33)와 IT회사 프로그래머 강모씨(22)를 구속했다. 경찰은 같은 혐의로 이 사이트 관리자 김모씨(32)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는 김씨 등 5명에게 사이트 관리, 음란 사진·만화·동영상 게재, 게시판 관리, 일본 성인물 게재 등을 맡기고 매월 100만~300만원을 줬다. 일당 중 보험설계사인 정모씨(35)는 여성들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 장면을 촬영·게시하거나 몰래 찍은 영상을 게시했다. 회원들이 올린 성관계 사진 중 추천을 많이 받은 회원에게 200만~500만원의 시상금을 비트코인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소라넷이 없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취중 강간에만 집중하다보니 소라넷뿐 아니라 인터넷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된 ‘몰카’ 성폭력에 힘을 쓰지 못한 것이 아쉬워졌죠.”

그래서 2016년 3월 ‘소라넷고발프로젝트’는 ‘디지털성폭력아웃(cafe.daum.net/Rpo·DSO)’으로 팀을 재결성했다. ‘야동’과 ‘음란물’이 아니라 ‘성범죄영상’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시작됐다. “음란물이라는 말 자체를 사용하면 안된다. 음란물 자체가 가해자 시점의 단어이기 때문”이다.



[기사] 소라넷 폐쇄 8개월…세상은 바뀐 게 없다(2017년 2월 24일)

디지털성폭력아웃(DSO)의 하예나 대표는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강간 모의를 신고해도 장난일 거라며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경찰”이라고 했다. ‘내가 피해자가 되더라도 경찰은 도와주지 않겠구나’ 싶은 생각은 하 대표가 이 일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직접 문을 두드리는 피해자에게 대응 절차를 안내하는 것도 무게를 두는 업무 중 하나다.



2004년 6월18일 ‘포르노사이트 소라넷 전격단속’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강남경찰서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회원수 60만명의 소라넷을 운영한 임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호주에 체류 중인 사이트 대표 박모씨 등 4명을 인터폴과 공조해 추적 중”이라고 보도했다. “원천봉쇄 차원에서 일괄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경찰 관계자의 발언도 담겨있다.

이 기사 밑 댓글이 “2013년 5월31일, (지금도) 소라넷 잘 돌아가네요^^”라고 달려있었다.

서지현 검사가 앞서 언급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n번방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 아이들은 정말 제대로 된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한 말을 우린 역설적이게도 이미 ‘n번방’을 통해 경험했다. 자신의 불법 촬영물을 소라넷에 자랑하며 의기양양했던 ‘야노’가 ‘박사’와 ‘갓갓’로 반복된 지겨운 폭력의 역사를 끝내야 한다.



정리|김보미 기자 bomi83@khan.kr 이아름 기획자 areumlee@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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