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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년 1700만원 우촌 유치원, 교육청 경고받아

경향신문 글 이혜리·사진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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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년 1700만원 우촌 유치원, 교육청 경고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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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규정 어긴 원어민 수업 적발
교육청 고액 수업료 인하 요구도 무시
연간 약 1700만원의 고액 유치원비를 받는 것(경향신문 3월8일자 1·6면 보도)으로 밝혀진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우촌유치원(사진)이 관할 교육청의 지도와 경고도 무시하고 고액의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우촌유치원은 학교법인 일광학원 소속으로 3세 2개반, 4세 3개반, 5세 2개반 총 7개 학급에 170명의 아이가 다니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28일 처음 공시한 ‘유치원 알리미’ 자료를 보면 이 유치원의 5세 이상 아이 학비는 교육과정 교육비와 방과후과정 교육비가 각각 월 77만원, 59만원으로 입학금 56만원까지 합치면 연간 1688만원을 내야 한다. 우촌유치원은 2011년 성북교육지원청이 수업료 인하 요청을 하자 2012년 유치원비를 현재보다 5.9% 낮게 책정했지만 올해 다시 올렸다.

이곳은 ‘이머전(Immersion) 교육’, 즉 ‘영어몰입교육’으로 유명하다. 이머전 교육이란 영어를 생활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언어·수학·과학·사회 등 일반 과목을 영어로 배우면서 한국어와 동등하게 영어를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원어민 교사가 함께 상주하면서 한글과 영어 둘 중 어느 하나에 치중하지 않도록 교육시킨다.

서울시교육청은 영어유치원을 ‘학원’으로 분류해 일반유치원으로는 설립 인가를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최근에는 우촌유치원처럼 일반유치원이면서 영어몰입식 교육을 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우촌유치원은 입학설명회를 통해 “영어만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영어유치원과는 다르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영어유치원 논란은 불가피해졌다.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우촌유치원은 지원자가 많아 추첨을 통해 원생을 선발한다. 학부모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우촌유치원 매뉴얼’이 올라와 있다. 유명 사립초등학교들이 이미 원어민 교사를 두고 이머전 교육을 하고 있어 먼저 우촌유치원부터 보내기도 한다. 같은 재단의 우촌초는 물론 영훈초, 이대부속초, 삼육초 등이 이머전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촌유치원은 지난 1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일반유치원에서는 원어민 강사가 수업을 할 수 없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성북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앞으로 원어민 교사를 배제하고 정규 교육과정인 오전 중에는 영어를 전혀 하지 않되 방과후 특성화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신청받아 영어를 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며 “3~4월 중 다시 지도를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치원비는 유치원의 자율 결정 사항이라 지도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영자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담당 장학관은 “고액으로 유치원 문턱이 높아지는 것은 교육의 기회가 낮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방과후 특성화 교육비는 반드시 학부모운영위원회를 거치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이혜리·사진 이석우 기자 lh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