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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완성차업체, DNA를 바꿔라]③ 자율주행차, 고객 ‘옵션’으로 시장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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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차·대중교통 등 목적 한정된 분야서 도입 활발히 추진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지난 2004년 국내 개봉한 사이언스판타지(SF) 영화 ‘아이로봇’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운행되는 장면이 이상적인 방식으로 묘사됐다. 승용차는 알아서 차선 따라 목적지로 사고 없이 이동하며 로봇 수십대를 실은 대형 화물차는 운전자 없이 스스로 운행된다. 영화 줄거리가 전개되는 시점은 2035년으로 설정돼 있다.

반면 영화 밖 현실에선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시점을 두고 ‘아직은 요원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지난 2030년대에도 사람이 운행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자율주행차가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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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자율주행차 시장은 친환경차와 마찬가지로 고객의 자동차 관련 경험을 차별화할 수 있는 이점을 발휘하는 점에서 차세대 사업으로 꼽힌다. 자율주행차는 또 다양한 기술의 지속적인 고도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관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이윤 창출,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사업에 주력하는 이유다.

업계 일각에선 완성차 업체를 비롯한 자율주행차 관련 사업자들이 운전자 제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자율주행 기술력이 충분히 확보된 것으로 본다. 완성차 업체는 이 같은 기술을 앞세워 자율주행 시대의 사회적ㆍ경제적 편익을 도모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율주행차가 현재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자동차 시장에 자율주행차를 받아들일 만한 환경적 요소들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사건ㆍ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책임 소재를 어디에 둘지 등 사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제도적 보완책도 미비하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꿈꾸는 완성차 업체가 이 같은 환경적 요소들을 자력으로 충족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시장에서 자율주행차를 받아들일 준비가 완료됐을 때를 대비해 기술ㆍ서비스 등 측면에 채비를 해나가는 것을 최선책으로 삼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간파하고 있어야 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소비자들의 자율주행차 이용 행태가 꼽힌다. 업계에서는 차량공유 서비스가 자율주행 기술의 확산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킨지앤컴퍼니는 향후 자율주행차가 시장에 꾸준히 확산할 것이란 가정 아래, 차량공유(공유이동) 산업의 매출액이 2017년 700억달러(약 83조6220억원)에서 2030년 1조7500억달러(약 2091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차량 공유 서비스가 확산되는 현상은 차량의 개념이 소비자를 위한 ‘소유물’에서 ‘서비스’로 변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차량을 조작할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는 서비스 형태로서의 자동차의 극단적 형태를 갖춘 셈이다. 탑승자는 자율주행차 안에서 운전에서만 손 뗄 뿐 아니라 취미활동, 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여유를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받는다.

자율주행차, 승용차엔 ‘옵션’ 상용차ㆍ대중교통 ‘전면 도입’ 추진

완성차 업계에서는 다만 자율주행차 기술이 승용차 시장에선 하나의 고객 ‘옵션’으로 시장에 자리매김할 것이란 예측도 제기된다. ‘운전하는 재미’를 추구하거나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소비자들이 앞으로도 비(非)자율주행차를 이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통계청이 지난 2018년 인용한 미국 온라인 재정정보 업체 너드월렛(NerdWallet)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 소비자들 가운데 ‘자율주행차가 싫은 이유’(중복응답)로 ‘운전의 즐거움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4.0%를 차지했다. 여성 소비자의 55.0%는 ‘안전할 것 같지 않아서’를 많이 꼽았다. 남녀 모두 가장 많이 꼽은 자율주행차 비(非)선호 이유는 ‘너무 비쌀 것 같아서’(63.0%, 64.0%)다.

완성차 업체는 이 같은 소비자 니즈를 고려해 현재 운전자가 차량 운행에 부분적으로 개입하는 ‘반(半)자율주행’ 기술을 출시 차량에 도입하고 있다. 이밖에 자율주행 기술보단 강력한 구동력에 초점을 맞춰 개발한 고성능 차량을 내놓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서비스의 한 가지 형태로 도입되는 승용차 시장보다 상업적 용도로 쓰이는 상용차 시장이나 대중교통 등 공적 분야에서 더 높은 이용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해당 분야에선 자율주행 기술이 비교적 한정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쓰이기 때문이다.

상용ㆍ대중교통 분야의 사업자는 자율주행차를 이용할 때 대응해야 할 소비적ㆍ환경적 변수가 비교적 적다. 예를 들어 시외고속버스에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될 경우 다수 이용자를 정해진 목적지로 이동시켜주면 되기 때문에 소비자마다 다른 희망 경로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휘하는데 필요한 데이터가 단순해지기 때문에 서비스 상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지는 동시에 기술의 이점을 안정적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상용차 시장 사업자들의 이윤을 창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점에서도 빛을 발한다. 자율주행차가 사업자의 수익성을 높여줄 수 있는 예로 상용차 군집주행을 들 수 있다. 군집주행은 여러 차량이 일정한 간격을 둔 채 정해진 속도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사람이 차량을 직접 운행할 때보다 사고 위험을 줄이고 물류 효율은 더욱 높일 수 있다.

군집주행은 자율주행차 운행에 대한 사용자 니즈가 드라이브, 여행, 업무 등 다양하고 차량이 주로 개별 단위로 움직이며 목적지도 차마다 천차만별인 승용차엔 적합하지 않다. 반면 승용차에 비해 사용자 니즈가 ‘화물 운반’에 한정돼 있고 운행에 관한 별도 요구사항이 없는 상용차에 군집주행이 최적화돼있다.

현대자동차는 이 같은 기술 특성을 간파하고 오는 2021년 상용차 군집주행에 필요한 자율주행 기술을 지속 개발해 내년 물류 현장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국토교통부도 지난 2018년 국책 과제 ‘차량사물통신(V2X) 기반 화물차 군집주행 운영기술’에 136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자율주행 분야 육성책의 초점을 공적 분야에 맞췄다.

‘무사고 차량’ 자율주행차는 아직 없어… 기술 더 발전해야

업계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먼 훗날의 사건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관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나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중후장대 산업인 자동차 분야의 기술과 고부가 가치를 지닌 ICT 등 두 기술의 융ㆍ복합 과정을 통해 개발되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영국 반도체업체 암(ARM)의 주도로 지엠ㆍ토요타 등 완성차 업체와 보쉬ㆍ덴소ㆍ컨티넨탈 등 부품 업체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설립한 컨소시엄 ‘AVCC’는 대표적인 이종(異種) 산업간 협업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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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영 컨설팅 전문업체 키어니(Kearney)는 전 세계 자동차 관련 자동화ㆍ자율주행 시장의 규모가 올해 51억달러(약 6조919억원)에서 2025년 83억달러(약 9조9351억원), 2035년 558억달러(약 66조7814억원)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2035년 시장 규모는 같은 해 전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약 3282억달러ㆍ393조원)의 17% 수준에 달하는 수준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상용화 단계의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거나 주행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정도의 성과를 거둔 것으론 경쟁 우위를 점하기 힘든 시기에 도달했다. 자율주행차의 쓰임새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하고 수요처 니즈에 맞춘 제품ㆍ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더욱 심화한 사업 단계를 준비할 때에 이르렀다. 다만 소비자의 가장 큰 니즈인 안전ㆍ편의를 실현하기 위해선 결국 근본적인 관건인 기술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란 업계 관측이 제기된다.

홍성수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완성차 업체가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무결점의 안전성을 기준으로 자율주행 상용화를 이룩하기 위해선, 유사시 발생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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