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윤건영 vs 미래통합당 김용태 격전 벌어질 구로을 총선
3월 16일 오후 서울 구로동 남구로시장에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후보(왼쪽). 거리 자전거유세를 하고 있는 미래통합당 김용태 후보. 각 캠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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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6일 오후 서울 구로동 남구로시장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는 사람. 이 지역구(구로을)에 출마한 윤건영 후보다. 악수나 명함은 건네지 않는다. 다가와 말을 붙이는 사람들에게 연신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하고 있다. 반응은 썩 나쁘지 않다. 한 노인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이 정도면 잘하는 거지. 얼마나 더 잘해. 사람들이 평가할 줄 알아야지 무조건 못 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여.” 그는 이야기 끝에 자신은 ‘진성 민주당 지지자’라고 했다. 그가 ‘잘한다’고 말한 대상은 맥락상 윤 후보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다. 코로나 대응을 두고 하는 말로 보인다.
초유의 코로나 사태 겪은 윤건영 후보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던 윤 후보 측 관계자가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보통 유리한 지역구에서는 시 의원이나 구 의원을 동원하게 마련인데, 윤 후보는 처음부터 혼자 꾸준히 나와 주민들께 인사했다. 그 사태가 터지고 1주일 동안 안 나오다 오늘 처음 다시 나왔다.”
관계자가 말한 ‘그 사태’란 후보자 캠프가 입주해 있던 구로동 코리아빌딩 콜센터에 확진자가 발생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건물은 기자가 방문한 전날까지 봉쇄됐다.
3월 16일 오전, 코리아빌딩 밖에는 윤 후보자의 플래카드가 여전히 걸려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주 월요일(3월 9일) 확진자가 나오면서 사무실에 모여 있던 사람들도 모두 집에 가라고 하고 후보도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후보자뿐 아니라 캠프에 참여한 사람 모두 음성판정이 나왔다. 그러고도 선거운동을 하지는 않았다. 지난 1주일간 ‘방송촬영 오겠다’는 것도 다 거절했다. 주민들이 또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도 너는 선거운동이냐’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면 곤란하니까.” 사전 섭외 과정에서 상대방 김용태 후보 측은 ‘자가격리한다며 음성 나왔다니까 바로 선거운동하더라’며 윤 후보를 살짝 ‘디스’했다. 물었다. ‘자신도 음성판정을 받았다’는 이 관계자의 답이다. “모르는 소리다. 보건소 검사를 안 받아본 사람은 구체적으로 모른다. 음성 결과가 나오면 통보 전화가 온다. ‘이제부터 정상적으로 생활하시면 됩니다’라고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물론 2주간 격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확진자 발생층(11층)과 달라서 홀·짝으로 운행하는 엘리베이터는 다른 것을 탈 수는 있지만, 1층에서 대기하다가 접촉했을 수도 있고, 또 1층 커피숍에서 동선이 겹칠 수도 있으니까….”
구로을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선을 한 지역구다. 코리아빌딩에서 나온 윤 후보자 사무실은 3월 16일 고려대 구로병원 옆 박영선 장관의 지역 사무실로 옮겼다. 옮긴 김에 밖에 내건 플래카드의 문구도 바꿨다. 종전의 ‘믿는다 윤건영’에서 ‘구로는 이깁니다. 힘이 되는 사람 윤건영’으로 바꿨다. 사무소를 이전하면서 고려대 병원을 가운데 놓고 선거사무실이 나란히 있게 됐다.
바로 건너편, 구로구청 정문 바로 앞엔 양천을에서 건너온 김용태 미래통합당 후보의 선거사무실이 있다. 김 후보 측이 밖에 내건 플래카드 구호는 ‘복심이 아닌 민심이 이깁니다’다. 복심? 출마 직전까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근무한 윤건영 후보를 겨냥한 말이다. 그렇다고 민심을 김용태 후보가 받았다고 아직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쉽지 않죠.” 같은 날 사무실에서 만난 김용태 후보의 말이다. 원래 오전 9시부터 그는 방역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었지만 라디오 출연시간이 변경되면서 사무실에서 만나게 되었다. 30여 분간 그와 인터뷰했다.
-승산은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선거에 나선 후보는 승산을 따지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선거운동이 쉽지 않죠? 보통 이런 경우 오전에는 전화 돌리기를 하던데.
“저도 돌립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죠.”
-이전에 은평을 이재오 의원처럼? 양천을에 있을 때도 자전거를 탔습니까.
“그때는 발로 뛰고 악수하고 명함을 돌렸죠.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니까.”
-양천에서는 3선을 하셨죠.
“선거운동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여기 와서는 그게 한계에 부닥치니까, 어떻게 극복할까 고민 중입니다.”
고려대 구로병원을 사이에 두고 있는 윤건영 후보와 김용태 후보의 선거사무소. 윤건영 캠프 제공·정용인 기자 |
“3선이지만 구로는 초선” 김용태 후보 측 다짐
기자의 휴대폰에 들어오는 수많은 선거홍보 문자 중에 김용태 후보의 메시지는 유독 눈에 띈다. 여권 대선주자들의 재난기본소득 주장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비판한다. 어제는 이재명 경기지사, 오늘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판하는 식이다. 지역 상대 후보보다 유력 대권주자를 비판하는 방식. ‘큰놈만 상대한다’는 언더독 전략이다. 역설적으로 상대적 열세 후보가 취하는 전략이다. 그는 불리한 상황을 부인하지 않았다. “3선 의원이지만 구로을에서는 초선이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
후보 인터뷰를 마치고 만난 박종선 특보는 이렇게 설명했다. “김 의원이 처음 양천을에서 배지를 달 때도 그쪽은 민주당의 아성이었다. 민주당 쪽에서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김영배 전 의원 지역구였다. 마사회 회장을 역임한 김낙순 전 의원까지 토털 5선을 엎었다. 의원님 말씀대로 거기는 3선이었지만, 여기는 초선이다. 솔직히 조직과 전략 모두 열세인 것은 사실이다. 여론조사에서는 10~15% 뒤지는 것으로 나오는데, 아마 인지도는 더 떨어질 것이다. 그 정도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열세지만 앞으로 충분히 역전 가능한 수치라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3월 11~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건영 후보는 45.4%, 김용태 후보는 23.4%가 나왔다.(95% 신뢰수준에서 ±4.4%p 오차 수준. 자세한 조사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재난기본소득, 험지출마에 대한 입장
김용태 후보는 “자신이 공천을 받고 들어와 1주일 만에 코로나가 터졌다”고 밝혔다. 그는 재난기본소득 문제 등 정책이슈와 함께 1970~80년대 개발시대 구로공단을, 2000년대 초반 IT디지털단지를 넘어 2020년대 4차 산업 핀테크의 메카로 만드는 것을 지역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코로나 방역싸움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1차 방역전선이라면 2차 전선은 국민고용을 위협하는 해고와의 전쟁”이라며 “불특정 다수에게 100만원씩 주는 것이 아닌 서민을 고용하고 있는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핀포인트로 몰빵해 지원해야 2차 전선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누군가는 감세 이야기하면 무조건 부자감세라는 프레임을 씌우던데 감세가 왜 효과적인지 잘 알지 않습니까. 모든 회사가 돈을 벌면 적립해 연말에 법인세를 냅니다. 1월부터 쌓인 적립분을 지금 푸는 것이죠. 그러면 정부는 돈을 푸는 건데 연말에 돈을 푼만큼 국채를 발행하면 됩니다. 사실 추가경정예산도 다 필요 없어요.”
-재난기본소득 지급 해법은 상대방 윤건영 후보보다 유력 대권주자들,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 주장하는 거 아닙니까.
“당에서 주장하니 윤 후보도 동의하는 거죠.”
-김 후보가 비판하면서 겨냥하는 대상을 보면 대권주자급인데 사실 김 후보도 야당에서는 개혁성향의 대표주자로서 큰 꿈을 꿀만 하지 않습니까.
“전혀 아니죠. 우리 당에서 그 이야기를 잘 못 하니 제가 하는 거예요. 정치인이라면 초선이든 누구든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김 후보 측은 윤 후보 측을 더 강하게 ‘디스’했다. 윤 후보 측 인사의 말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통령의 복심이라면, 험지에 도전해야지 자기 당 의원이 3선을 한 곳을 선택해서 안전한 길만 걸으려고 하면 되나.”
윤건영 후보를 만난 김에 이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답은 신중했다. “그건 아무래도 제가 정색하고 답해야 할 질문인 것 같습니다. 유권자들을 만나면서 그쪽에 신경을 쓰는 것도 유권자들에게 예의가 아닐 듯싶고요.” 기자는 똑같은 질문을 텔레그램으로 적어 보냈다. 하루가 지나고 자정을 넘긴 시간, 답이 돌아왔다.
“선거에서 양지냐 험지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지역이든 어떤 선거든 모든 선거는 쉽지 않습니다. 그저 한 분이라도 더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역시 신중한 답변이다.
선거일, ‘D-day’는 채 한 달도 안 남았다. 본격적인 힘겨루기 싸움은 이제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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