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에서 성범죄 방관한 가입자 모두가 범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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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착취방을 운영해온 ‘박사’가 구속된 가운데 ‘엔(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35만여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한달 이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대해선 청와대 또는 관련 부처에서 답변을 해야 한다.
지난 20일 올라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 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21일 오전 10시 현재 35만6587명의 동의를 얻었다. 딸을 둔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자는 “그 방에 가입된 26만의 구매자가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면 이 범죄는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재발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관리자, 공급자만 백날 처벌해봤자 소용이 없으며, 수요자의 구매 행위에 대한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원자는 “미국은 아동 포르노물을 소지하기만 해도 처벌받지만, 우리나라는 어떤지 묻고 싶다”며 “아동을 강간하고 살인 미수에 이르러도 고작 12년, 중형 이래 봐야 3년, 5년이 고작인 나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린 여성들을 상대로 한 잔혹한 성범죄의 현장을 보며 방관은 것은 물론이고 그런 범죄 컨텐츠를 보며 흥분하고, 동조하고, 나도 범죄를 저지르고 싶다며 설레어 한 그 역겨운 가입자 모두가 성범죄자”라고 비판했다. 청원자는 “나라가 아이들을 아동 성범죄자들로부터 지켜주지 않을 거라면, 알아서 피할수라도 있게,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낱낱이 공개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앞서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 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21일 오후 현재 10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지난 19일 경찰에 구속된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 ‘박사’ 조아무개씨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청원이다. 경찰이 현재까지 확인한 ‘박사방’ 피해자는 74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16명이 미성년자로 확인됐다. ‘박사’ 조씨와 공범들의 범죄 혐의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음란물제작, 강제추행, 협박, 강요, 사기, 개인정보제공, 성폭력처벌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혐의 등 모두 7개다. 경찰은 다음 주 중으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박사의 신상 공개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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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n번방 관련자 신상공개’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승섭 고려대 교수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여러 논쟁 지점이 있겠지요. 하지만, 어떻게든 이 악순환의 연쇄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동의 서명했습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반면 인권활동가 나영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영상물의 촬영과 유포 등에 평범한 이들이 가담했다는 점을 확인하고 피해를 지속시키는 구조를 바꾸는 일에 관심을 더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영 활동가는 “텔레그램 n번방의 공범들은 특별한 성도착자들이 아니라 오늘도 직장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심지어 집에서 마주했을 누군가일 가능성이 더 높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성적 자율성을 제대로 행사하거나 존중받을 수 없고 성적 권리의 자원과 조건은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피해조차 말할 수 없는 폭력이 가능했고, ‘박사’와 그의 공범들은 그 토양 위에서 돈을 벌고 욕망을 충족시켰다는 사실이다. 그 토양을 뒤집어 엎는 일이 시작되어야 다음 n번방을 막을 수 있다”고 적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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