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코로나로 죽어나는데…기업銀 노조, 업무 늘었다고 행장 고발

기업은행 노조, 주52시간 근로제 위반으로 윤종원 행장 고발

7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노조원들이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IBK기업은행 노조가 윤종원 기업은행장을 주52시간 근로제 위반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고사 위기에 처한 가운데 국책은행 노조의 이기적인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18일 은행이 PC오프 프로그램 강제 종료 등을 통해 기준근로시간 및 초과근로제한을 명시한 근로기준법과 산별 단체협약을 어기고 불법을 저질렀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윤 행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금융권에서 노조가 주 52시간제 위반으로 최고경영자(CEO)를 고발한 것은 기업은행이 처음이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영업점의 경우 하루 수십 건에서 많게는 백여 건의 코로나19 관련 대출업무를 처리중으로 해당 업무만으로도 근무시간이 모자랄 정도"라며 "그러나 은행은 기존 이익 목표는 한치의 조정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은행이 지금처럼 금융 공공성보다 이익 창출에 치중한다면 노조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투쟁할 수밖에 없다"며 "위기 극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상반기 실적 목표는 제외하고 코로나19 금융지원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주52시간 초과 근무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문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국가 비상 사태인 상황에서 내부 논의를 통한 업무 부담 해소 대신 행장 고발을 강행한 기업은행 노조의 행태를 놓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수많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로 고사 위기에 처하면서 다른 은행들은 임직원들이 신속한 자금 공급을 위해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국책은행 구성원으로서 내부 협의를 통한 해결방안 모색 또는 일부 고통 분담 보다는 실적 목표치 철회를 주장하면서 행장을 고발, 회사를 압박하고 행장 길들이기에 나선다는 비판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비상 상황을 틈타 실적 목표 철회를 주장하는 노조의 의도를 놓고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기업들에게 신속하게 대출을 공급하기 위해 애쓰면서 영업점 직원들의 업무가 전반적으로 크게 늘어났다"며 "영업점에 추가 인력 지원을 통해 주 52시간제를 준수하려고 하지만 일부 초과근무는 불가피하다. 국가 비상 사태에서 기업은행 노조가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코로나19 대출 심사 업무가 늘어나면서 일부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진 것 같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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