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연합 자체정당화·민중당 참여 부담에 '시민을 위하여' 선택한듯
이해찬 오찬으로 '의원 꿔주기' 설득전…신창현·이규희 '긍정답변'
이해찬 대표, 총선 불출마 의원들과 오찬 |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서혜림 이보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17일 플랫폼 정당 '시민을 위하여'와 4·15 총선 민주·진보·개혁진영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을 구성하기로 했다.
시민사회계 원로들이 모인 정치개혁연합이 아닌 '시민을 위하여'를 연합정당 파트너로 공식 선택하고 원외 정당을 모아 총선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평화당, 평화인권당과 함께 '시민을 위하여'를 플랫폼으로 삼아 비례연합정당을 만들기로 협약했다.
민주당은 "매우 촉박한 비례후보 등록 일정을 감안했을 때 '시민을 위하여'가 창당 등록과 정당교부증을 받은 유일한 플랫폼이라는 점 때문에 신속하고 질서 있는 비례정당 추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대외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치개혁연합의 총선 후 자체 정당화 가능성과 민중당 참여 등에 부담을 느낀 것이 '시민을 위하여'를 최종 선택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개혁연합은 자체 비례대표 후보도 내려고 하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당을 존속하겠다는 입장인데 이건 선거 연합이 아니라고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중당이 정치개혁연합의 제안을 받고 참여 결정을 내리면서 당이 고민을 많이 했다"며 "민중당과 함께 갈 경우에는 '색깔론'으로 공격을 받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선택한 '시민을 위하여'는 친문(친문재인) 색채가 강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했던 친문 강성 지지자들이 모인 '개싸움 국민운동본부'(개국본)가 주축이 돼 마련한 플랫폼 정당이다.
민주당과 '시민을 위하여'는 연합정당 참여 의사를 밝힌 녹색당과 미래당 등 원외 정당과 접촉해 '범여권 빅텐트'를 칠 것으로 보인다. 정치개혁연합과의 통합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뒀다.
이후 비례대표 후보 배정과 순번 결정 등 실무 작업 '속도전'이 예상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민중당을 배제하고 연합정당을 구성하면서 결국 민주당 자체 위성정당과 다를 바 없게 됐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연합정당은 7명 가량의 민주당 후보를 후순위로 배치하고 원외 정당 후보를 선순위로 배치하되 '시민 추천'을 받아 추가 후보를 내는 것도 검토할 전망이다.
연합정당 플랫폼과 참여 정당 윤곽이 잡히고 실무 작업이 급물살을 타는 동시에, 민주당의 '의원 꿔주기'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민을 위하여' 최배근 공동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민주당에서 불출마 선언을 한 의원들에게 개인적으로 요청을 하려고 한다"며 파견 필요성을 강조했고, 당 지도부도 물밑설득을 이어가고 있다.
이해찬 대표, 총선 불출마 의원들과 오찬 |
이해찬 대표는 이날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신창현·심기준·이규희·이훈·최운열 의원 등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초선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배석한 윤호중 사무총장은 오찬 후 기자들에게 "출마를 못 하는 의원들을 위로하는 모임이었다. 비례연합정당으로 옮기는 문제는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정당 선택의 자유 영역이기에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윤 사무총장은 비례연합정당 추진 상황 설명과 함께 "지금 이대로 가면 기호 8번을 받게 된다. 의원들이 옮겨 가면 순위가 당겨져 지지자들이 선택하기에 더 좋을 것"이라며 사실상 파견 권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현 의원과 이규희 의원은 파견 필요성에 공감하며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훈 의원도 고민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18일에도 윤 사무총장과 함께 불출마 중진 의원을 만날 계획이다.
다만 불출마자 절반가량이 연합정당으로 당적을 옮길 생각이 없다는 뜻이 강하고,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의원들도 당의 요청이 있어야 생각해보겠다는 기류다.
한 불출마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천에서 떨어져 출마를 못 하는 것도 서러운데 점심에도 오라고 하니 마음이 좋지는 않다"며 "'의원 꿔주기'가 온당한 일이냐. 선거법을 그렇게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편법을 사용하자는 것은 국민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불출마 의원은 "당적을 옮기려면 탈당을 해야 해 썩 내키지는 않는다"며 "당이 강하게 요청하면 고민은 해보겠지만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왕 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했으니 적극적으로 의원을 파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위해 지도부가 더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발적으로 가려고 하겠느냐"며 "이해찬 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은 물론이고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까지 나서 불출마 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char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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