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치열한 '선거 전쟁' 중에서도 각축전이 더 눈에 띄는 격전지가 있는 법이다. 크게는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부딪치지만 총선 판세를 이끌 정치적 상징성 대결, 후보간 라이벌 구도, 인물 구도 등 총선의 '랜드마크'가 될 지역구들이 속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후보 빅매치에서 다자구도로 = 한국 선거 1번지라고 불리는 종로에서는 차기 대권주자급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여기에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까지 출마를 고심하면서 양자대결 구도에 균열이 가고 있다. 여론조사 상으로는 이 전 총리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손 전 대표가 합류할 경우 표가 분산되면서 황 대표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여기에 자유공화당 1호 영입인재인 한민호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이 종로에 출마하면서 보수층의 표 역시 분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막판 '표심 결집'을 얼마나 이뤄내는지가 두 대선후보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6번째 대결, 이번엔 누가 이길까 = 미래통합당 서대문갑 경선에서 승리한 이성헌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 현역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6번째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연세대 81학번 동기인 이 전 의원과 우 의원은 각각 1983년과 1987년 각각 총학생회장을 지낸 특별한 인연도 갖고 있다. 이 전 의원이 16대ㆍ18대, 우 의원이 17대ㆍ19대ㆍ20대 총선에서 승리해 역대 전적은 3대 2로 우 의원이 다소 앞선다. 서대문갑은 연세대, 이화여대 등 대학가가 많지만 특정 정당에 치우치지 않고 서울 민심 풍향계 역할을 한다. 두 의원의 '리턴 매치'는 사실상 이번 선거의 판세와도 연결되는 셈이다.
◆여권 강세 지역 찾아간 '자객'…승리 가능할까 = 서울 내에서도 여권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구로을에는 '정권의 복심'인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투입됐다. 미래통합당은 이 곳에 당 사무총장 출신인 3선 김용태 의원을 자객공천했다. 광진을과 마찬가지로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맞붙는 구도다. 구로 지역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막판 선거구도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윤 전 실장은 자신의 선거사무소가 있는 건물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지난 10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다.
◆여성 법조인 불꽃튀는 대결 = 민주당이 서울 동작을에 이수진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전략공천하면서 나경원 미래통합당 의원과 여성 법조인 간의 대결이 성사됐다. 이 전 판사는 박근혜 정권 시절 '양승태 사법부 블랙리스트' 피해자로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을 폭로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진보 성향이 강한 관악구, 보수 성향이 강한 서초구와 각각 인접한 동작을은 여야 성향이 뚜렷하지 않다. 2014년 재보궐에서 고(故)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48.69%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16대ㆍ17대 총선에서는 진보 성향 의원이 선출되기도 했다. 그 이후에는 모두 보수 성향 정당이 승리한 만큼 현역인 나 의원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변화의 바람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권의 입 vs 대선주자 발판 = 전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민주당 후보는 광진을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맞붙는다. 청와대의 입 역할을 한 신인과 관록의 정치인 간 대결 구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결국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 중 어느쪽이 이기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는 셈. 광진을은 추미애 법무장관이 5선을 한 여당 우세 지역이지만 오 전 시장은 1년 전부터 이 곳에 터를 잡고 선거를 준비해 온 만큼 치열한 격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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