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금리 연계 만기 미도래액
하나, 2500억, 우리, 1400억
금융위기로 금리 고시도 안돼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A씨는 2018년 10월 서울의 한 은행 영업점에서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에 1억원을 투자했다. 영국과 미국의 CMS 금리에 연계된 상품이었다. 만기는 다음달 8일인데, 최근 은행 모바일뱅킹에서 확인한 손실률은 -80%에 달했다.
A씨는 “지난주 담당 PB를 만나 ‘무슨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더니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진다고 이제서야 환매를 권유하더라”고 말했다.
우리·하나은행이 판매한 DLF의 기초자산 금리가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 상품에 가입했고, 올 상반기 중에 만기를 앞둔 투자자들은 원금을 날릴 수 있다는 공포감에 다시 빠졌다.
DLF는 미국 달러 CMS 5년 금리와 영국 파운드화 CMS 7년 금리를 기초자산 삼는다. CMS 금리는 각 통화시장에서 이자율스왑에 활용하는 기준인데, DLF는 글로벌 금융거래소인 ICE가 고시하는 금리를 바탕으로 수익률을 산정한다. 통상 미국(5년물)가 영국(7년물) 국채 금리 추이와 유사하게 움직인다.
올해 초부터 내리막 곡선을 그리던 국채 금리는 지난달 중순 이후부턴 급강하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자칫 글로벌 경제침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던 시점이다.
올 초에만 해도 0.5% 수준이었던 영국 국채(7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에 0.3%대에 진입했고 현재는 0.1%대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미국 국채(5년물)도 상황은 비슷하다. 1월 초에 1.6% 수준에서 이달 들어 1%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ICE는 영·미 CMS금리 고시를 중단했다. 미국 CMS금리는 지난달 28일, 영국 금리는 이달 6일부터 업데이트가 안 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채권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 금리 고시가 중단돼서 운용사들도 펀드 가격 책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펀드 평가가 이뤄지지 못하니 투자자들의 만기 시점도 늦춰지고 있다. 판매사인 은행들은 영업점을 통해 고객들에게 만기 평가일, 지급일 연기 사실을 알리고 있다. 금리 고시가 이뤄지지 않는 건 은행이나 운용사 입장에서도 이례적인 상황. 일부 투자자들은 판매사들이 체계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금리 ‘깜깜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앞으로 만기를 맞는 고객들의 손실은 더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DLF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3일이 DLF 만기일(평가 기준일은 지난달 28일)이었던 투자자들은 12일에서야 펀드 평가금액을 전달받았다. ICE 고시가 이뤄지던 지난달 기준 손실률 대비 20% 가까이 떨어졌다. 하나·우리은행이 판 DLF 가운데 3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각각 2500여억원, 1400여억원이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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