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 시범경기 무실점 투구
자신의 리듬에 맞춰 효율적 준비
류현진이 10일 탬파베이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구속보다 제구에 집중한 그는 ’강속구 투수가 부럽지 않다“고 했다. [USA 투데이=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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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5일. LA 다저스 루키 류현진은 불펜투수로 메이저리그(MLB) 첫 시범경기를 치렀다.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마쳤다. 그는 이후 선발로 나섰다. 3월 2일 첫 선발 등판에서 홈런을 맞는 등 3이닝 2실점 했다. 다음 두 차례 등판에서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18일 5와 3분의 2이닝 1실점, 24일 5와 3분의 2이닝 1실점 호투하며, 선발투수로서 합격점을 받았다. 정규시즌 전 마지막 등판인 29일에는 4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당시 류현진은 투구보다 배짱이 더 인상적이었다. KBO리그 최고 투수였지만 MLB에선 신인이었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뒤 “러닝에서 꼴찌를 했다”, “햄버거를 끊어야 한다” 등 비아냥을 들었다. 위축되지 않았다. 뭔가 보여주려고 무리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리듬에 맞춰 ‘진짜 싸움’을 준비했다. 정규 시즌 들어 다저스 3선발로서 최고 활약을 보여줬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다. 33세 베테랑 류현진은 4년 총액 8000만 달러(950억원)에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했다. 팀의 에이스이자 리더가 된 그는 여전히 자신의 길을 간다. 그는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볼파크에서 열린 시범경기 탬파베이전에 선발 등판했다. 4와 3분의 1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류현진의 경기를 실제로 보니 그가 왜 성공했는지 알겠다.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능력이 뛰어나다. 다음에 어떤 공을 던질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패스트볼을 비롯해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등 많은 다양한 구종을 사용했다. 몬토요 감독 얘기를 보면 류현진은 단지 구종을 점검한 게 아니다. 타자와 싸움을 시작한 것 같다. 실전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것 같다.
류현진의 피칭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효율’이다. 탁월한 투구 밸런스 덕분에 그는 정규시즌 등판일 사이에 불펜피칭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패턴이다. 시즌 준비 과정도 그렇다. 시범경기 결과나 코칭스태프 평가를 의식하지 않는다. 개막전(올해 3월 27일)에 맞춰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린다. 스프링 캠프부터 전력을 다한 건 ‘진짜 신인’이던 2006년 한화 시절밖에 없다.
류현진은 2015년 왼쪽 어깨 수술 뒤 훈련량을 많이 늘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1월 일본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렸다. 플로리다 캠프에는 일주일 먼저 도착했다. 실전 피칭으로 가는 과정은 여전히 신중하다. 불펜피칭과 시뮬레이션 피칭을 거쳐 지난달 28일 시범경기 미네소타전에 처음 등판(2이닝 3피안타 1실점)했다. 이후 5일 등판을 건너뛰고 시뮬레이션 피칭 50개를 했다. 상대와 싸우기보다 제구 점검이 더 필요하다고 느껴서다.
피트 워커 토론토 투수코치는 “우리는 류현진이 원하는 대로 하도록 도울 뿐이다. 그와 경기 운영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자신의 느낌대로 잘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탬파베이전이 끝나고 찬사가 쏟아졌다. 아마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아 비판을 받았어도 웃어넘겼을 거다. 그는 부상 확률을 낮추는, 그러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길을 걷고 있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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