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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키코 조정 안 먹히고 DLF 제재 법정으로…영 안서는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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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권고 우리은행 한 곳만 수용

손태승 회장은 제재불복 소송전

금융위는 이견, 소비자단체는 비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감찰까지

중앙일보

언론 앞에 선 윤석헌 금 감 원장. 교수 시절부터 ‘키코는 사기 상품’이라는 게 소신이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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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도전받고 있다. 큰맘 먹고 꺼내 든 11년 만의 키코(KIKO) 분쟁조정은 피감기관인 은행들의 잇따른 수용 거부로 용두사미가 될 위기다. 은행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제재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소송 제기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도전받는 금감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키코 관련 분쟁조정 권고안에 대한 은행의 반응이다. 키코 피해기업들은 은행의 사기판매 및 불공정거래 등을 주장하며 법정 다툼에 나섰지만, 2013년 8월 대법원이 “(키코는) 불공정거래가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리며 사태가 일단락됐다. 계약일로부터 10년인 법적 시효도 전부 지났다.

그런 키코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다. 윤 원장은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시절이던 2017년 말 금융위원회에 키코 재조사를 요구했고, 이듬해 금감원장에 취임하면서 키코를 원점에서 재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12월 12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분쟁조정 대상에 오른 키코 판매 은행 6곳(우리·신한·하나·산업·씨티·대구)에 피해기업 4곳의 손실을 최대 41%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대해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법적 의무 없는 재산 출연에 해당해 배임이 될 수 있다”며 금감원 분쟁조정 자체가 ‘무리수’라는 반응이었다. 10일까지 6개 은행 중 금감원 권고를 따른 건 우리은행뿐이다. 산업·씨티 등 은행 2곳은 금감원에 권고안 불수용 방침을 통보했다. 하나·대구·신한 등 3곳은 금감원에 생각할 시간을 더 달라며 시간을 끌고 있다. 그렇다고 금감원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분쟁조정 권고에 강제성이 없어서다.

매끄럽지 않았던 DLF 제재 과정도 끝내 금감원에 부담이 됐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9일 자신을 향한 금감원의 ‘문책경고’ 조치에 반발해 개인 명의로 금감원 상대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25일 주주총회에서 계획대로 연임하기 위한 조치다. 손 회장의 이런 선택은 우리금융 이사회와 노동조합의 지지를 받고 있다.

피감기관 최고경영자(CEO)의 정면 도전은 금감원을 당혹스럽게 한다. 금감원은 겉으로는 ‘일상적인 소송 건’ 수준으로 취급하며 별일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2014년 ‘KB사태’ 당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소송을 제기했다가 취하한 것 외엔 현직 금융지주 회장과의 소송전은 전례 없는 일이다. 소송의 승패를 떠나 피감기관과 법정 다툼을 벌이는 모양새 자체가 금감원엔 부담이다.

금감원은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놓고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손 회장 연임에 찬성한 예금보험공사 비상임이사 결정에 대해 “법과 절차대로 했다면 금융당국이 뭐라고 할 이유가 없다”며 “예보가 판단했을 것이고 우리는 그 부분을 존중하면 되지 않나”라고 말하면서다.

은행 CEO에 대한 금감원의 고강도 제재안은 소비자단체의 지지를 얻지도 못했다.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1월 “DLF 사태에 대해 금감원이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관련자 징계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은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이례적인 감찰을 받았다. 감찰은 위법 또는 비위 행위 혐의 등이 포착됐을 때 벌이는 조사다. 민정수석실은 이번에 일반은행검사국을 중심으로 업무자료를 확보하는 등 감찰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은행 검사국은 DLF 사태를 주로 다뤄왔다.

익명을 원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로 비위행위를 다루는 민정수석실이 일반은행 검사국만 들여다보고 갔다”며 “윤석헌 원장에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감사원 본감사도 앞두고 있다. DLF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11월 “부실한 감독이 DLF 사태의 원인”이라며 청구한 공익감사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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