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외무 "건설적으로 일할 준비돼…EU가 진정성 보여야"
"터키에도 EU가 필요하지만, EU에 터키는 훨씬 더 필요한 존재"
그리스 국경으로 몰려든 난민들 |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터키의 유럽 국경 개방 조처로 대규모 난민이 유럽 국경으로 몰리는 가운데 터키가 26일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맞춰 새 난민송환협정(난민협정) 체결을 바란다고 밝혔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EU 정상회의가 열리는 26일까지 유럽과 합의가 이뤄진다면 회의에서 의제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는 건설적인 일을 할 준비가 됐다"면서도 "함께 로드맵을 마련하려면 EU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우쇼을루 장관의 발언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 EU 지도부가 브뤼셀에서 만나 난민 문제를 논의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전날 EU 지도부를 만난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과 난민 수용과 관련해 EU에 추가적인 지원을 요구했으나, EU는 그리스 국경에 몰려든 난민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맞섰다.
에르도안 터키(좌) 대통령과 미셀(중) EU정상회의 의장,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 |
앞서 터키는 지난달 27일부터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을 막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EU 회원국이자 터키와 국경을 맞댄 그리스 국경으로 수만 명의 난민이 몰려들어 그리스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015∼2016년 유럽 난민 위기 당시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몰려들자 EU는 난민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터키와 난민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EU는 터키가 이주민의 유럽행을 차단하는 대가로 총 60억 유로(약 8조원)를 터키에 지원하고 터키인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시행하는 한편, 터키의 EU 가입 협상도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그 결과 터키는 시리아 난민 360만 명을 포함해 약 400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게 됐으나, EU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해왔다.
EU는 60억 유로 중 47억 유로를 EU가 지정한 사업에 배정했으며, 터키 정부에 직접 자금을 이전하지 않고 터키 내 난민 지원 기구를 통해 자금을 집행했다.
또 터키인의 EU 무비자 입국은 시행되지 않았고, 터키의 EU 가입 협상은 사실상 좌초한 상황이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2016년 협정은 터키에 난민을 보호하라는 것이 아니라 터키인에 대한 비자 면제와 시리아 난민의 안전하고 자발적인 귀환, 터키의 신속한 EU 가입 등을 포함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60억 유로 가운데 절반도 안 되는 자금만 전달됐다"며 "터키에도 EU는 필요하지만, EU에 터키는 훨씬 더 필요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 |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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