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난민 위기 재발 우려 속 에르도안 대통령, 수억 유로 요구 예상"
충돌하는 그리스 경찰ㆍ터키 이주민 |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유럽연합(EU) 지도부와 난민 문제를 논의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브뤼셀에서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EU 회원국 정상의 회의체인 EU 정상회의 샤를 미셸 상임의장과 회동할 예정이다.
EU 측은 이번 회동에서 난민, 안보, 지역 안정, 시리아 위기 등 양측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만남은 터키가 최근 자국에 유입된 난민 등 이주민의 유럽행을 막지 않겠다고 선언, 인접국이자 EU 회원국인 그리스 국경에 이주민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월경을 시도하면서 EU 내에서 난민 위기 재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날 회동에서 그리스 국경으로 몰려드는 이주민을 막는 대가로 수억 유로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비자 제한을 완화하고 무역장벽을 낮출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EU 회원국인 그리스·불가리아와 국경을 맞댄 터키는 내전 중인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의 주요 경유지로 이용되고 있다.
EU는 지난 2016년 난민들이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터키에 시리아 난민 지원금 60억 유로(약 7조7천억원)를 비롯한 보상책을 제공하고 터키는 이주민의 유럽 유입을 막는 데 협조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터키ㆍ그리스 국경선에 몰려든 이주자들 |
이에 따라 터키는 400만명에 달하는 난민을 수용했다.
그러나 터키가 이주민에게 그리스에 접한 국경을 개방해 이 합의가 4년만에 붕괴 위기를 맞자 EU는 이를 유지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동시에 EU 내부에서는 터키의 '협박'에 굴복해 재협상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U는 터키가 의도적으로 난민 위기를 일으켜 협상에서 난민을 지렛대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대표는 지난 6일 "(그리스 국경 상황을) 정상화하라"면서 이것이 협상의 전제조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합의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스테프 블록 네덜란드 외무부 장관은 최근 시리아 내 이른바 '안전지대' 설치와 관련한 터키의 요구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터키는 자국과 시리아 접경지대에 이른바 '시리아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터키 내 시리아 난민 가운데 100만명 이상을 이주시킬 계획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럽이 시리아 안전지대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난민에게 유럽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주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왔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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