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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여파…전문성 높인 `씨티銀 모델` 확산

매일경제 정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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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여파…전문성 높인 `씨티銀 모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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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원금 손실 사태를 잇달아 겪은 은행들이 편의·효율보다 고객 보호를 위한 '전문성'에 초점을 두고 점포 운영 방식을 전면 개편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말 서울 종로에 대형화·전문화 시범 점포를 열고 새 영업채널 실험에 나선다. 올해 초 분당지점에서 처음 대형화 시범 운영을 시작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들 점포에선 기존 개인 종합상담창구를 세분화해 여신 전문, 수신 전문 등 창구를 따로 운영하는 방식 등이 시도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현장에서 피드백을 종합해 조만간 '고객중심채널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전략화 논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은행 상담 창구는 기업금융과 개인금융 등으로 분리한 뒤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개인 고객이 일반 창구 이상 금융 서비스를 원할 땐 종합상담 창구로 가 투자·대출·외환 등 광범위한 업무를 한번에 다 처리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상품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고객 응대 채널을 더 세분화·전문화해야 한다는 전략이 대두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제는 은행원이 판매하는 상품 가짓수가 예·적금, 대출뿐만 아니라 펀드, 신탁, 방카슈랑스, 퇴직연금 등 어림잡아 400개는 된다"며 "고객의 모든 관심 분야를 포괄하기 위해선 전문화된 창구가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전문적 영업과 함께 대형화·중심화 전략도 고도화되고 있다. 지역 내 거점 점포(허브)와 6~7개 지점(스포크)을 묶는 공동 영업 체계 '허브 앤드 스포크' 방식을 기본 토대로, 거점 점포 기능을 더욱 확장하는 것이다. 지점 단위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상담이나 상품 판매를 대형화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담당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 같은 전략 수정에 따라 은행들은 2017년 한국씨티은행 영업채널 개편 전략을 재평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당시 씨티은행은 90여 개 지점을 한꺼번에 폐쇄하며 '한국 철수설' 등 진통에 시달렸다. 그러나 약 3년이 지난 지금은 뱅킹 업무 대부분을 디지털·모바일화하고, 자산가의 복잡한 금융 니즈는 WM센터에서 담당하는 이원화 체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WM센터에선 뱅킹·외환·보험·세무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이뤄진 한 팀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대형 은행들이 씨티은행의 지점 통폐합을 따라할 수는 없겠지만 점포 대형화, 전문 상담창구 확충 등 채널 전략 변화는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에 일찌감치 올라탄 또 다른 사례는 KB국민은행 '파트너십그룹(PG) 2.0' 전략이 대표적이다. 거점 점포를 '유니버설 허브'로 한 단계 키워 종합금융 서비스 제공은 물론 거점 내 지점 간 협업 마케팅 등을 강화했다. 이 전략에 따라 지난해 10월 처음 문을 연 서초동종합금융센터에 대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상담 공간을 분리해 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확장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 1층엔 카페형 단순 창구 업무, 2층엔 상담 전용 창구, 3층엔 증권 복합점포, 4층엔 자산관리 자문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NH농협은행도 상담 공간 특화 점포를 잇달아 열고 있다. 지난해 연 삼성역루첸타워지점과 지난달 연 세종반곡동지점은 기존 은행의 일자형 창구가 아닌 독립된 상담 창구를 만든 점이 특징이다. 이 밖에 우리은행은 지난해 퇴직연금 자산관리센터를 신설했고, 하나은행은 고액 자산가에게 고급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공하는 아레테(Arete) 골드클럽 라운지를 이달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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