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0 (금)

이슈 신천지와 이만희 총회장

‘문재인과 이만희 악수’ 가짜뉴스는 어떻게 나왔나

댓글 1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천지일보의 2012년 10월 14일자 정치 포토뉴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체육대회’에 참석해 행사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라는 사진 설명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인터넷 사이트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언더그라운드.넷] “왼쪽에서 악수하는 사람이 이만희입니다.”

지난 3월 3일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에서 한 장의 사진을 제시했다. 이 연구소의 김용호 연예부장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천지일보> 기사이니 틀릴 수 없어요. 문재인이 저거 자기 아니라고 할 수 없겠죠?”

오른쪽에서 악수하는 사람, 문재인 대통령 맞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 참석 장면이다.(윗 사진) 그런데 옆의 인물,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맞나?

이 유튜브 방송은 그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이 방송의 김세의 대표나 강용석 변호사가 옆에서 야유하면서 추임새를 넣는다.

“어유~, 양손 잡고 아주 반갑게.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하고 인사하고 있는 것 아녜요.”

김 부장은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저 사진 이전부터 찾아놓고 있는데, 안 찾아놨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가세연 측이 ‘큰일’이라고 하는 것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박근혜 청와대 시계를 차고 나온 것이 알려지면서 신천지와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현 미래통합당의 전신 새누리당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는 것을 말한다. 문재인도 이만희와 만났고, 잘 아는 사이로 보이니 피장파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진 속 인물이 왜 이만희인지는 설명 안 한다. “천지일보 보도니 틀림없다”고 하지만, 2012년 10월 14일 오후 7시 40분에 전송된 해당 사진기사의 캡션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행사 참가자와 인사를 하고 있다”고만 적혀 있다.

사진을 찍은 유영선 기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에게 링크를 건네고 확인을 부탁했다.

“…확인했는데 이만희 총회장 아닌데요. 저도 연락받고 찾아봤습니다. 과거 그런 사진을 찍은 기억이 없어서요. 그런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는 기자와 통화 말미에 “정치적으로 이슈화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는 걱정을 덧붙였다.

아닌게 아니라 가세연 방송 하루 뒤인 3월 4일, ‘뉴스1’이 전송한 사진을 보면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성일종 의원이 국회 임시회에서 이 사진을 두고 뭔가 논의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사진 유포 경위를 찾아보면 가세연 방송 이전인 2월 27일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코로나 바이러스 갤러리에 유동닉(익명)으로 해당 기사 사진이 최초로 올라온 것이 확인된다. “이만희+문재인 떴다!!”라는 제목이다.

사진은 루리웹, 와이고수, 펨코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졌다. (일각에서는 거의 비슷한 시차에 사진이 등록된 것을 두고 “작전세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그러나 “이만희가 아니지 않냐”는 누리꾼 자정으로 이 밈(meme)의 확산세는 사실상 멈췄다.

팩트체크 뉴스 ‘뉴스톱’도 이만희 사진이라는 주장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가세연의 해당 영상에도 의문을 표시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문재인과 악수하고 있는 안경 낀 인물. 2012년 이만희가 맞는지 한 번 더 검증 부탁드립니다. 불과 8년 전이면 82세. (편집자주: 사진이 찍힌 때가 2012년 인 것을 감안하면 당시 이만희 총회장의 나이는 71세다.) 그 나이로 보기에는 너무 젊어 보이네요. 그리고 귀 모양도 이만희와 다른 듯하고요.”

그러나 가세연 측은 답변 없이 침묵한다. 3월 6일 현재 영상은 여전히 수정되지 않고 남아있다.

가짜뉴스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