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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레이더P] 비례연합정당 합류로 기우는 민주당, 朴 옥중서신이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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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 달 전만 해도 총선은 싱거운 게임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정당 지지율 격차는 두 배 가까이 됐다. 통합당은 대책 없이 밀리는 듯했다.

그런데 생각하지도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통합당이 지난해 말 선거법 처리를 앞두고 비례정당 창당을 선언할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점치는 이들은 드물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민주당이 허를 찔린 모습이다.

보수통합과 비례정당 창당의 위력이 현실화되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총선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여권에서는 원내 1당을 통합당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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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이해찬 대표[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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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없다, 안 된다"→"모든 가능성"

민주당은 명분을 앞세우며 비례민주당 주장에 버티는 듯했다. 이해찬 대표는 연초 "명분이 별로 없다"고 했다. 원내 1당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명분을 앞세웠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지난달 1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주당은 민심을 있는 그대로 국회 의석에 반영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대의에 따라 15석에 이르는 비례대표 의석을 포기했다"며 대의를 강조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실세'로 통하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입을 연다. 그는 지난달 21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례정당 가능성을 담은 이 한마디 이후 여권이 뒤숭숭하다.


이젠 물밑 대화 진행

백가쟁명이 펼쳐졌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의병들이 나서서 (비례정당) 만드는 것을 말릴 수 없지 않으냐"며 이른바 '의병론'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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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제안" 기자회견에서 류종열 전 흥사단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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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에는 친여 시민단체 및 각계 원로인사들이 모여 비례연합 정당인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을 발표하고 민주당과 정의당 등에 참여를 제안했다.

이 원내대표 등 민주당 실세 5인방이 '마포회동'에서 비례정당 대책을 논의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이런 흐름과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5일 "준비해 왔다"고 했다.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라 '시나리오'가 있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조차 비례정당의 '비'자도 꺼내지 못하도록 차단했으나 이제 책상 위에 놓인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시나리오는 크게 네 가지일 것이다. △민주당·민생당·정의당 등이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 창당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공천하지 않는 전략적 분할투표 △독자적인 비례민주당 창당 △별도의 비례정당 창당 없는 현상 유지다. 이 가운데 범여권에서는 앞의 두 방안을 두고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朴 옥중서신에 총선 위기감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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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사진=김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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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보수통합을 촉구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이 범여권의 위기감을 불러와 비례연합정당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발 비례연합정당론에 대해 민생당과 정의당 등이 거부 반응을 보여 '싸늘한 연대론'이 부상했으나 속내는 협상을 위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판을 벌이기 위해 손해도 감수할 태세다. 급한 건 통합당이 원내 1당을 차지하는 것부터 막는 일이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지면 문재인정부는 곧바로 식물정권이 되어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해지고 정권 재창출도 어려워진다는 위기감이 동력이 되고 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6일 선거대책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례연합정당과 관련해 "오늘 논의했다. 논의 전에 제안(비례연합정당 구성 제안)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구체적 논의는 추후에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숙고할 시간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 내리기가 어렵다"며서 "우리 당 상황도 있지만 다른 당도 유동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의당도 민생당도 합류 가능성

정의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수혜자로 재부상하고 있다. 비례용 위성정당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략적 분할투표'를 포함한 '연합정치'의 여지는 열어놓고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비례대표 때문에 당내 사정이 복잡하다. 심상정 대표는 실리주의자"라면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려 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의당 일각에서는 비례대표뿐만 아니라 지역구 단일화 협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정의당은 8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생당 입장 변화도 주목된다. '정치9단'을 자임하는 박지원 의원이 가장 빨리 움직였다. 박 의원은 지난 5일부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민주당 측 인사와 접촉한 사실까지 공개하며 비례연합정당 창당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당 관계자도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가 공개된 이후 내부에 기류 변화가 있다"며 조만간 당 차원의 입장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경 객원기자/더하기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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