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 입국제한 강화 후폭풍
일본 내 리더십 위기 고조, 정치적 의도 관측
외교부 "방역 외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 지적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양낙규 기자, 임철영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치적인 위기 탈출 카드로 한국 입국 제한 조치를 단행하면서 개선 가능성이 엿보이던 한일 관계는 다시 얼어붙었다.
6일 오전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한 것은 사안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과 일본 정부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일본 쪽이 먼저 '칼'을 꺼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KBS 뉴스9'에 출연해 "일본이 과연 우리만큼 투명할까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의심이 있는데 이렇게 과격한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달 27일부터 대구와 청도를 방문한 외국인에 한해 입국을 제한했다. 하지만 오는 9일부터는 ▲단수ㆍ복수 사증 효력 정지 ▲한국, 중국 방문 후 입국한 외국인 대상 14일간 지정 장소 대기 ▲항공 여객편 도착 공항을 나리타공항과 간사이공항으로 한정 등 추가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6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법무부 출입국서비스센터에서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이 자진 출국신고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목할 부분은 일본의 선택에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국정 장악력이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심이 번지면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심지어 도쿄올림픽 연기 가능성까지 일본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추가 압박 카드를 꺼낸 것은 여론의 시선을 분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외교부도 일본의 이번 결정에 코로나19와 관련한 방역 문제를 넘어 '다른 의도'가 있다는 데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한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감소를 고무적이라고 평가한 상황에서 '과도한 조치'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외교부는 "우리의 우수한 검사ㆍ진단 능력과 투명하고 적극적인 방역 노력을 전 세계가 평가하고 있고 확산 방지 노력의 성과가 보이는 시점에 취해진 조치라는 점에서 방역 외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한일 관계의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이날 NSC 상임위를 소집한 것은 전날 예정된 일정이 국회 일정상 연기된 측면도 있지만 일본에 대한 상응 조치를 모색하는 의미도 담겼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전달과 관련한 논의도 이뤄지지만 코로나19와 관련한 외교적인 대응 문제가 관심의 초점이다.
외교부와 관계 부처가 선택할 수 있는 상응 조치로는 일본에 대한 코로나19 오염지역 지정, 여행 경보 격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경보를 상향 조정해 일본에서 오는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고, 일본으로 가는 한국인을 제한하는 조치다. 앞서 정부는 일본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주변(철수 권고)을 제외하고 한국인의 일본 여행에 사실상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일본 전역에 '1단계(여행 유의)' 여행 경보만 발령한 정도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여행 경보 격상은 외교부에서 할 수 있는 대응이고, 오염지역 지정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지정한다"고 설명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이날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 대사를 초치해 거듭 항의와 유감을 표명한 이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결정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정부가 상응 조치에 나설 경우 한일 군사외교는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가능성도 있다. 이는 한일 GSOMIA 연장을 원하는 미국에도 영향을 미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둘러싼 마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