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문가, 친서 확대해석 경계
북 김정은 전형적 양면전술 가능성
코로나19 위기감 손내민 것 일수도
"지도자로서 상황 고려해 보낸 것"
일각선 코로나 진정 후 새국면 전망
지난해 2월 북미정상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1년 넘게 대화를 중단했던 남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계기로 대화 재개를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다.
특히 이목을 끄는 대목은 북한의 ‘돌변’ 배경이다. 김 위원장이 친서를 보낸 것은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향해 비난 담화를 발표한지 만 하루만에 반전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어제(4일)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왔다”면서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한국이)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남녘 동포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는 언급도 했다고 윤 수석은 설명했다. 또 “문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며 코로나19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는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고도 했다.
특히 친서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고 윤 수석은 전했지만 “외교상 맞지 않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이번 친서는 지난해 10월30일 모친상을 당한 문 대통령 앞으로 친서 형식의 조의문을 보낸 후 4개월여만이다. 남북 정상 간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확인한 만큼 이번 친서가 남북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올초부터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 속에서도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북미 관계를 견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정부는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금강산 개별관광과 방역 협력 등을 올해 주요 남북협력사업으로 적극 추진해왔다. 한미 연합훈련도 코로나 사태로 연기했지만 대북제재 속 합의서 이행에 힘써왔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 반응은 없었다. 이번 친서교환으로 코로나19 사태 속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 정세를 풀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대북 전문가들은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대화 재개의 계기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관측이다. 북한의 전형적인 ‘강온 양면전술’이라는 분석과 함께 코로나19 위기감이 닥친 북한이 우리 측에 손을 내민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정치권에는 총선을 목전에 두고 김여정 부부장의 비난 담화로 정부와 여당이 곤경에 빠진 만큼 북한 입장에서는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는 측면에서의 고려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이 여동생의 비난 담화 다음날 친서를 보낸 것을 두고는 코로나 확산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문 대통령과 남측 상황을 고려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이를 계기로 보건의료 협력이 바로 이뤄지고, 남북관계가 급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은 섣부른 판단”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도자로서의 할 일을 남북관계 상황, 여건과 결부시켜 판단해선 안된다. 남북관계 진전과 변화는 그 여건과 조건이 만들어져야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관계 파탄의 책임을 지지 않고, 2020년 이후 멀리 보고 이 끈을 계속 이어가려는 의도도 있다”면서 “북측 코로나 상황이 어려워질 경우 남한이 내민 손을 마지못해 잡을 수 있는 상황까지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를 고리로 한 남북 간 협력 가능성도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친서의 간접 메세지는 4.27 판문점선언 2주년을 계기로 코로나 정국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자는 정도일 수 있다”며 “한반도정세 소회와 관련해서는 남북 간의 중요성, 정상 간 합의서의 충실한 이행 등으로 추론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 진정 이후 북한이 당장에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기 어려운 만큼 문대통령이 제안한 보건, 접경, 개별관광 등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남북대화가 복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발표문에 담은 내용을 그대로 해석하는 게 맞다”며 “추가적 의미나 해석은 무리다. 그대로 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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