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비난은 靑향한 메시지..김정은은 文대통령 신뢰 유지
靑도 "서로간 관계 유지 중요..친서 교환도 일환"
남북 보건의료 협력 가능성에서는 전문가 의견 엇갈려
선거 맞은 美 대비해 南과 대화 가능성은 열어둘 듯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위원장(한국공동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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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영환 김미경 하지나 기자] 남북정상이 상호 친서를 교환하면서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과 풀릴지 주목된다. 특히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는 그에 앞선 3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비난 담화에 뒤이어 보내온 것이라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결과적으로 군사 훈련에 대한 상호 입장 자제를 촉구하면서 동시에 남북 정상간 신뢰 유지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로간 관계 유지 중요하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소개하면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고 했다. 그간 톱다운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오던 김 위원장이 정상 간 신뢰를 지키려는 시도라는 의미로 읽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발표문 내용 중에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김정은 위원장이 보내온 것으로 판단해서 넣은 것”이라며 “계속 평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서로간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일환에서 친서교환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더욱이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재난이라는 점에서 ‘정상국가’를 바라는 김 위원장의 최고지도자로서의 통치 행위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여정 부부장의 다소 거친 담화와는 다르게 김 위원장의 친서는 외교적인 수사로 작성됐다는 점이 이 같은 해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청와대를 향한 김 부부장의 담화와 김 위원장-문 대통령간 친서는 전혀 결이 다르다는 의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코로나19는) 남북간의 정치적, 군사적인 갈등을 넘어서서 인도적인 문제”라며 “통상적인 국가 원수들이 재난, 재해 맞은 나라에 대해서 위로의 친서를 보내는데 같은 민족으로서의 공동체 의식 속에 재난에 대해 최고지도자 입장에서 위로와 성의를 표한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김여정은 남측도 군사훈련을 하면서 북한의 군사훈련에 대해 청와대가 ‘가타부타’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을 뿐”이라며 “북한의 군사훈련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도 김여정과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친서를 보냄으로써 남북 대화와 협력의 점진적 재개 의사를 비쳤다”고 해석했다.
◇대화 없던 남북 관계, 새로운 전기 맞나
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여전한 남북 정상간 신뢰를 확인하면서 개점휴업이던 남북 관계가 변곡점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이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렇다할 외교적 돌파구 마련이 어려운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상황을 반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3·1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코로나19 관련 보건 분야 공동협력을 바랐다. 남북이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등 재난에 공동으로 대처하자는 제안이다. 인도적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남북이 당장 머리를 맞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청와대는 일단 이와 관련해 극도로 발언을 아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관계 개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친서의) 구체적 내용은 일단 말씀드리기 어렵다”라면서 “다만 별도의 채널에서 따로 협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19 관련 지원이나 개별 관광 등 독자적 협력 추진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고유환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은 장기전으로 갈 것이고 미국 대선에서는 바꿀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남측에는 (대화 가능성을) 열어둘 수밖에 없다”라며 “남북이 보건 의료 체계에 대한 협력을 통해 풀어나가면 된다. 생명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남측의 이번 사태가 민족 전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앞으로 보건 의료 협력이 바로 이뤄지고, 남북관계가 급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은 섣두른 판단으로 보인다”라며 “친서를 두고 너무 비약해서 남북관계를 전망해서는 안 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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