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기존 소통채널 활용"…판문점 고위급 접촉 가능성도 제기
문 대통령, 김정은에게 친서 전달받아 (CG) |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주고받았다고 청와대가 5일 발표하면서 친서가 오간 경로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친서를 전날 보내왔으며 문 대통령도 감사의 뜻을 담은 친서를 하루 뒤 보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다만 친서가 어떻게 오갔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저희가 유지하는 소통 채널을 통해서 받았다"고만 밝혔다.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 관계자도 "친서 루트는 당국 간 유지 중인 채널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친서가 오간 경로로는 국가정보원과 통일전선부 간 '핫라인'에 우선 무게가 실린다.
정상 간 메시지 전달인 데다 북한이 최고지도자 관련 사안에는 특히 더 비밀을 유지하며 격식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국정원-통전부 핫라인은 과거에도 남북한 최고 지도자 간 소통에 활용됐다.
남북은 이 국정원-통전부 핫라인을 통해 2018년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세 차례 정상회담 등 주요 사안을 물밑에서 접촉해왔다.
이 채널은 2000년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에 연결돼 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까지 유지됐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회고록 '피스메이커'에서 6·15정상회담을 회고하면서 "(김대중 대통령께서) 뭔가 중요한 문제가 생기면 우리 두 정상이 직접 의사소통합시다. 이 기회에 두 정상 간 비상연락망을 마련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김정일 위원장이)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합시다"라고 말해 핫라인이 연결됐다고 밝혔다.
그는 "나 개인적으로는 이 핫라인의 개설이야말로 정상회담 최대 성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재와 압박에 무게를 둔 대북정책을 추진하면서 이 라인은 단절돼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졌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복원됐다.
이번 친서 교환을 위해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 인사가 직접 접촉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30일 모친상을 당한 문 대통령에게 친서 형식의 조의문을 보내면서 판문점 채널을 이용한 바 있다. 윤건영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조의문을 받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측 인사가 판문점을 직접 찾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판문점을 관리 운영하는 통일부도 이런 움직임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다른 남북간 소통채널인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남북이 지난 1월 30일부터 운영을 잠정 중단한 만큼 이를 통한 친서 교환 가능성은 작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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