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5일 박 전 대통령의 편지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제 1 보수야당인 통합당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고무적으로 평가하면서 총선 승리를 위한 보수통합 완수를 다짐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의 편지와 관련해 "역사적 터닝포인트가 돼야 할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전해진 천금 같은 말씀"이라며 "오직 통합만이 승리로 가는 길이다. 미처 이루지 못한 통합의 남은 과제들을 끝까지 확실하게 챙겨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토대로 태극기 세력을 기반으로 한 자유공화당과의 통합 문제나 총선 공천의 최대 난제였던 대구 지역의 인적 쇄신 등을 관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복당파인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편지에 대해 "최근 합당과 창당을 한 극우보수정당에게 한 메시지라기보다는 비교적 온건보수에 태극기를 든 지지자까지 포함한 유권자들을 향해 힘을 합쳐달라는 메시지로 이해한다"며 "일단 크게 통합의 모습을 이룬 통합당에 힘어 실어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각론에선 저마다 이견이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선 총론에 집중해달라는 메시지였다는 해석이다. 이는 이른바 보수 강경정당이 박 전 대통령의 편지 공개 후 에둘러 주장한 '지분 요구'에 통합당이 선을 긋는 입장을 내비친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일단 총선에서 좌고우면하지 말고 '큰집'에 모여 총선심판론을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박 전 대통령의 정치개입에 대해 강한 비판을 내놨다. 다만 내부적으로 '박근혜당'과의 대결로 구도 형성이 가능해져 여권에 불리한 변수는 아니라는 의견도 다수로 파악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는 최악의 정치 재개 선언으로, 탄핵 당한 대통령이 옥중 정치로 선거에 개입하는 행태는 묵과하기 어렵다"며 "통합당이 명실상부하게 도로 새누리당이 됐다는 것을 알리는 정치선언"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박 전 대통령의 바람대로 보수대통합이 제대로 실현될지 의문을 제기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한 마디로 통합되면 그가 한국 최고 권력자라는 건데 그렇게 안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재선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요구대로 태극기부대 다 받아주면 통합당이 쇄신 공천하며 얻은 점수 다 잃어버릴텐데 그렇게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메시지를 대독한 유영하 변호사의 비례대표 공천 가능성에 대해 수도권 초선 의원은 "그런 소문이 돌던데, 공천 해주면 저희(민주당)에게 고마운 일이죠"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등장이 민주당에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경기 중진 의원은 "현 정부 평가가 아닌 탄핵 당한 정부를 재소환 하는 선거가 되면 중도층은 통합당을 찍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당내 전략통은 "민주당에게 유리한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관건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여당의 해결 능력을 중도층이 어떻게 평가할건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참담한 충성 경쟁은 통합당이 도로 새누리당을 넘어 도로 박근혜당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확인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장엔 "선거법상 선거권이 없는 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은 위 규정에도 불구하고 수감 중 작성한 서신을 측근인 변호사를 통해 국회 정론관에서 대독하게 했고, '기존의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칠 것'을 호소한 것은 법 위반이다"라고 혐의 내용을 밝혔다.
[김명환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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