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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태극기를 하나로" 박근혜 옥중서신, 선거법 위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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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theL] "거대 야당 중심으로 힘 합쳐달라" 문구 문제삼아…공직선거법·대법원 판례 보면 혐의 성립 가능성 낮아

머니투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 유영하 변호사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 내용을 전달한 뒤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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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실제로 선거법 위반 혐의가 성립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5일 박 전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제255조 제1항 제2호를 위반했다는 것이 고발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문은 선거권 없는 자의 선거운동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선거권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2016년 4월 총선 때 새누리당 공천에 불법 개입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았기 때문이다. 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3호에 따르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벌을 확정받은 선거범은 확정일로부터 5년 간 선거권이 박탈된다. 선거권 없는 자가 선거운동을 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이 선거운동에 해당하느냐는 것이다. 정의당 쪽에서는 옥중서신 중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는 대목을 문제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통합당 후보들을 당선시키기 위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은 선거운동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면서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 및 의사표시, 정당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 지지·반대의견 개진 및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이 정도 행위는 표현의 자유 범위 내에 있으므로 제한을 둬선 안 된다는 취지다.

선거운동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5도11812)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포럼 활동을 한 것이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인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은 "선거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했다.

여기서 특정인의 당선·낙선을 도모했는지를 따질 때 "단순히 선거와의 관련성을 추측할 수 있다거나 선거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결과적으로 행위가 단순히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또는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는 데 필요하거나 유리하다고 해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선거운동의 법적 정의와 전원합의체 판결에 비춰보면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선거권 없는 자의 선거운동'으로 규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옥중서신 내용은 공직선거법에서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한 '선거 또는 정당 후보자 추천에 관한 의견표시'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달라'는 문구도 특정 정당,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선거운동 기준과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전광훈씨 사건과 비교해보면 이해가 쉽다. 전씨 사건에서도 선거권이 박탈된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한 혐의가 문제다. 전씨가 집회 연설에서 '총선에서 김문수 자유통일당 대표를 대장으로 세우자'며 특정인 이름을 직접 거론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혐의가 소명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선 포럼 사건에서 전원합의체는 "정치인이 일상적인 정치·사회활동의 일환으로 유권자와 접촉해 정치적 식견에 대한 찬성과 동의를 구하고 정치기반을 다지는 행위에도 판단 기준이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같은 정치인 사건도 동일선 상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중앙선관위도 아직까지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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