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인보사 사태 관련 주주대표소송을 진행 중인 변호사가 메디톡신 불법제조·유통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메디톡스에 대한 주주·환자를 대리하여 소송에 나섰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들의 요청에 의해 메디톡스와 주요 임원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 또는 주주대표소송 등을 제기할 예정"이라며 “메디톡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 최근 구속된 생산본부장, 기타 불법행위에 적극 가담한 임원들을 상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소송의 담당변호사인 엄태섭 변호사(사진)로부터 소송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이유, 구체적인 계획과 전망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엄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소송을 계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최근에 언론 보도에서 드러난 내용들이 가장 직접적인 계기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불법 제조 및 유통은 조직적으로 장시간에 걸쳐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메디톡스 생산본부장 구속이 되고, 정 대표이사에 대한 강제수사·압수수색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혐의의 사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주주들과 환자들의 피해가 가시화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던 중 메디톡스 주주들로부터 연락·제보를 받았다. 지난해 내가 의약 관련 소송을 많이 해서 제보들이 많이 들어온다. 메디톡스 주주들이 여러 의견을 줬다.
-어떤 의약 관련 소송을 진행했는가.
▶우리 법무법인에서 내가 주도적으로 한 것이 코오롱 인보사 사건 주주대표소송, 엘러간 가슴보형물 소송, 투명치과 환자소송 등이다. 지난해부터 의약·의료 관련 소송을 계속해 오다보니 관련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메디톡스 사례도 인보사 사건과 구조가 비슷하다. 인보사도 똑같은 주사액이고, 의약품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세포성분을 기존에 회사가 공시했던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변경한 것이다. 그것이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였다. 메디톡스도 마찬가지다. 제품의 기초가 되는 원액을 바꿔치기 하고, 역가(약효)를 조작한 자료를 바탕으로 허가까지 받았다.
-소송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다면.
▶주주들을 위한 소송을 먼저 시작할 계획을 검토 중이다. 허가 당시 서류를 조작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약사법 위반이 분명한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주요 임직원이 구속되거나 수사선상에 올라 혐의가 어느정도 가시화 되면 회사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해는 분명할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그 점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주대표소승으로 갈지, 아니면 단 한명의 주주라도 본인이 입은 피해를 배상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지는 현재 고려 중이다. 차이점은 있다. 주주대표소송은 일부 소액주주가 모여 회사에게 책임이 있는 이사나 감사에게 그 책임을 묻도록 하는 것이고,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는 주주 한사람이라도 회사의 불법행위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이다.
-제소 시점은 언제인가.
▶소송에 참여할 주주들이 일부 모여 있고, 더 모이고 있다. 제보를 주는 분들도 계신다. 검찰의 기소가 어느정도 가시화되고 나면 바로 진행할 생각이다.
-소송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타깃 자체는 해당 법인 메디톡스를 포함해 정 대표이사, 최근 구속된 생산본부장, 기타 불법행위에 적극 가담했던 임원들을 상대로 진행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민사소송에선 과실 여부가 문제된다. 형사소송에선 과실인 경우에는 처벌이 안된다. 반드시 고의성 여부를 따져 묻는다. 민사에선 결과적으로 원액 바꿔치기와 역가 조작 행위가 있었는지, 그 같은 내용으로 식약처 등 국가기관을 기망해 허가를 받았는지, 허가취소라든가 기타 행정처분이 나왔는지, 그로 인해 주가가 하락했는지, 애초에 메디톡스로부터 허가 당시에 발표 공시된 내용을 믿고 주주들이 투자를 결정했는지 등이 쟁점이 될 것이다. 형사 사건에서 기소까지 이뤄지면 민사에선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에서 진행될 것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 문제를 무엇이라고 보나
▶기업의 비위행위로 인한 일부 임직원의 일탈 정도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생산공장 라인 자체가 구조적으로 오염될 가능성이 있고, 그런 제품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면에서 국민 보건에 상당히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나 사람 피부에 직접 찔러넣는 주사제다.
지난해 인보사 사건 때도 그랬다. “인보사가 뭐야? 절이름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잖았다. 이번 메디톡스도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편이다. 본인들이 맞고 있는 그 주사가 메디톡스에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길 바란다.
반준환 기자 a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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