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프로야구 개막전 |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은 스프링캠프 초반 새 동료인 일본인 투수 야마구치 순(33)에게 "캠프에서 너무 무리하지 마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처음 경험하는 야마구치가 아직 2월인데도 "투구 수를 100개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하자 "지금 그렇게 하면 큰일 난다"고 말렸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지난달 28일 미네소타 트윈스와 경기에 처음 등판해 2이닝 동안 공 41개를 던졌다.
매년 그렇게 했듯이 스프링캠프에서는 이후 등판할 때마다 1이닝씩 늘려가 시즌 개막을 1주가량 앞두고 6이닝에 투구 수 100개 정도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린다.
투수들의 이런 시즌 준비는 일본이나 한국도 비슷하다.
야마구치는 일본프로야구에서 14년을 뛴 베테랑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이다 보니 의욕이 앞섰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해외 전지훈련 중인 KBO리그 선수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시범경기가 아예 취소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2020시즌 개막일도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KBO는 3일 실행위원회를 열고 경기 일정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급속하게 사그라지지 않는 한 개막일이 연기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전지훈련 중인 NC 다이노스 |
문제는 개막일이 연기되는 것보다 언제 시작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올 프로야구가 일정대로 3월 28일 개막할지, 4월 초로 밀릴지, 아니면 4월 중순이나 하순, 최악의 경우 5월까지 미뤄질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 전지훈련 중인 선수들은 훈련 스케줄이 헝클어졌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일본 프로팀들과 함께 구춘대회에 참가 중인 두산 베어스 구단 관계자는 "투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가장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정대로라면 지금 투구 수를 차곡차곡 늘려가는 시기인데 개막일이 연기될 게 확실시되니 투수들의 컨디션을 끌어 올려야 할지, 말지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0개 구단은 해외 전지훈련을 마치고 다음 주부터 차례로 귀국한다.
하지만 감염 우려 때문에 다른 팀과 연습경기는 하지 못하고 자체 청백전만 치를 계획이다.
다른 팀 전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우리 선수끼리만 훈련하다 보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개막 목표 일인 'D 데이'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의 훈련 강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는 큰 숙제다.
10개 구단 모두 처음 겪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개막일도 모르고 훈련만 하다 보면 자칫 시즌이 개막했을 때 이미 지쳐있을 수도 있다.
각 구단이 지금부터 선수들의 컨디션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시즌 초반 성적이 결정될 수도 있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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