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불쾌감 반영한 듯…대남 비난전도 거세질 듯
김 위원장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김여정이 직접 대남 비난의 선봉에 나섰다는 점에서 경색국면의 남북관계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3일 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제목의 담화를 발표, 전날 있은 인민군 전선 장거리포 병부대의 '화력전투훈련'이 자위적 차원임을 강조하면서 이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 청와대에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북, 김여정 "화력전투훈련 자위적 행동, 청와대 사고에 경악" |
청와대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직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주재로 긴급관계부처 장관의 화상회의를 열었고, 회의 종료 후 참석자들이 북한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북한의 행동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입장 발표에 김 위원장의 혈육이자 국정 운영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직접 나서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낸 것은 북한 지도부의 격앙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북한의 대남 비난은 외무성이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 기구, 군부의 몫이었고 더욱이 노동당 부장이나 제1부부장 직함으로 나온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런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의 첫 대남 담화 내용은 사실상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남측 정부에 대한 최고 수준의 불만과 유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김정은 명의의 비난 담화를 내놓지 않은 것은 우리측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표명이 아니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정면으로 비판한 배경에는 올해에도 한미동맹을 우선하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남측 정부의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김정은, 어제 전선 장거리포병구분대 훈련 지도" |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날 청와대가 발표한 것에 대해 "자중하라"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고, 이후 북한은 '주시 모드'를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지를 재차 밝히고 남측 정부가 북한에 대한 개별관광 허용을 고려하는 등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이 내심 기대할 수 있는 파격적 조치는 나오지 않은 채 거부감이 큰 한미연합훈련 역시 미국의 결정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당분간 남북관계에 미련을 보이지 않을 것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이달 초 예정됐던 한미연합훈련 연기에 대해 "남조선에 창궐하는 신형코로나비루스(코로나19)가 연기시킨 것이지 평화나 화해와 협력에 관심도 없는 청와대 주인들의 결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 데서 이런 인식이 읽힌다.
사실 북한은 코로나19 방역 총력전 속에서 미국 등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이번 훈련을 과거 3년보다 작은 규모의 장비를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세 차례 타격훈련에서는 최대 300여문의 자주포와 각종 방사포 등을 동원해 집단 포격 및 사격을 했지만, 올해 원산에서 실시한 훈련에는 자주포와 122㎜ 방사포 등 90여문이 동원됐고 사거리도 예년에 비해 짧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한은 이번 훈련 관련 보도에서 지난해와 달리 한국과 미국을 자극하는 어떤 언급도 내놓지 않는 등 나름 상황 관리를 하려 했던 모습을 보였다.
북한 김정은, 어제 단거리 발사체 발사 참관…"방사포" 확인 |
그런데도 청와대가 강한 반응을 보이자 더는 남북관계에 미련을 갖지도, 방관하지도 않겠다며 '김여정 카드'로 경고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의 오른팔인 김여정의 대남 비난 담화로 당분간 남북관계는 북한의 거센 대남 비난 속에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경색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올해 집중 추진 중인 도쿄 올림픽의 남북 협력과 코로나19 방역협력, 대북개별관광 등이 현실화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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