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사진)이 지난 2일 강원 원산에서 북한군이 실시한 화력전투 훈련에 유감을 표한 청와대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제1부부장은 3일 오후 자신의 명의로 담화를 발표,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라며 “남의 집에서 훈련을 하든 휴식을 하든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느냐”고 청와대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청와대는 앞서 지난 2일 북한의 발사체 발사 직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열고 “북한의 행동이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하고 발사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김 제1부부장은 “불에 놀라면 부지깽이만 보아도 놀란다더니 남조선 청와대의 반응이 그렇다”며 “우리는 누구를 위협하고자 훈련을 한 것이 아니며, 나라의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게 훈련은 주업이고 자위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쪽 청와대에서 강한 유감이니 중단 요구니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실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김 제1부부장은 “전쟁연습놀이에 그리도 열중하는 사람들이 남의 집에서 군사훈련을 하는데 대해 가타부타하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며 억지주장의 극치”라고 공격했다.
김 제1부부장은 “남측도 합동군사연습을 꽤 즐기며 첨단군사장비를 사는데 열을 올리는 등 꼴 보기 싫은 놀음은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3월에 강행하려던 합동군사연습도 남조선에 창궐하는 바이러스가 연기시킨 것이지, 평화나 화해와 협력에 관심도 없는 청와대 주인들의 결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김 제1부부장은 청와대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도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표명이 아닌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적인 비난은 피했다.
마지막으로 김 제1부부장은 “참으로 미안한 비유지만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고 비꼬며 담화를 마무리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로 파견돼 문재인 대통령과 대면하기도 했다. 이후 남북 정상회담에도 배석하며 김 위원장을 보좌했다. 김 제1부부장이 자신의 명의의 담화를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김 제1부부장이 자신의 명의로 대외적인 입장을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당 내에서 실세로 올라섰다는 걸 시사한다”, “사실상 김 위원장의 속내를 표명한 것” 등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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