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 기습 담화…김정은, 여동생 통해 南향한 '최고 불만' 표출
'권력 정점' 조직지도부로 이동한 듯…국정운영 핵심축 관측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향한 '말폭탄'과 함께 전면에 재등장하며 '정점'에 이른 정치적 위상을 한껏 과시했다.
김 제1부부장은 3일 오후 10시 30분께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제목의 담화에서 자신들의 화력전투훈련은 '자위적 행동'이라면서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에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번 담화는 그의 '데뷔 담화'라는 점에서도 이목이 쏠렸지만, 그 수위와 화법, 형식 등 여러 방면에서 모두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시종일관 거침없는 직설적 화법이다.
김 제1부부장은 청와대를 향해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바보스럽다', '저능하다'라고 원색적인 표현을 퍼붓는가 하면, "우리 보기에는 사실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북, 김여정 "화력전투훈련 자위적 행동, 청와대 사고에 경악" |
그러나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그간 '최고지도자의 공식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런 의미를 모를 리 없는 김 위원장이 '백두혈통' 여동생을 통해 직접 대남 담화를 내도록 지시한 건 결국 남측을 향한 강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김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1인칭 화법을 써가며 "나는 남측도 합동군사연습을 꽤 즐기는 편으로 알고 있으며 첨단군사 장비를 사 오는데도 열을 올리는 등 꼴 보기 싫은 놀음은 다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만 '청와대'를 비난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여지'를 둔 것은,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아니었단 점을 고려해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성택 처형 6년만에 등장한 김경희, 김정은과 공연 관람 |
아무리 '백두혈통'이라 하더라도, 남측의 차관급에 해당하는 '제1부부장' 명의 담화 역시 이례적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엔 김영철 당 대남담당 부위원장과 함께 유일하게 배석했다. 김 위원장이 당시 자신의 여동생이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1,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담판에 나선 김 위원장을 밀착 보좌해 그의 위상과 정치적 입지를 가늠케 했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고(故) 이희호 여사 유족에게 보내는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러 판문점 통일각에 내려오기도 했다.
북한 매체는 당시 그가 이미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임에도 '당 제1부부장'에 임명됐다고 호명했다.
당내 담당 부서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북한 매체의 보도 경향을 고려할 때 김 제1부부장이 선전선동부에서 당내 권력의 정점에 해당하는 조직지도부로 전보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직지도부는 당내 간부들의 인사권은 물론 처벌권까지 총괄하는 요직 중 요직으로, 최근 수장이던 리만건이 이례적으로 공개 해임된 만큼 김 제1부부장이 부서 내에서 사실상 '수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이번 담화를 볼 때 비서실장 격을 넘어 대내외 노선과 정책의 결정을 비롯해 국정 운영 전반에서 핵심축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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