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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내일이 힘든 자영업자지만 오늘, 더 힘든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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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문 못 여는 영세업자들, 사투 의료진에 ‘도시락 응원’

“당장 내일이 힘든 자영업자지만 오늘, 더 힘든 당신을 응원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에서 최일선에 선 대구지역 의료진에게 건네진 도시락 덮개에 적힌 문구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지난달 21일부터 영업을 접은 대구 북구 칠성야시장 상인들이 손수 만들어 보낸 도시락이다. 외식업 등 자영업자들이 생존 기반마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의료진을 돕기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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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야시장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봉사팀이 대구지역 의료진에 보낸 도시락에 격려의 글이 적혀 있다. 대구시자원봉사센터 제공


3일 대구시자원봉사센터 등에 따르면 칠성야시장 20∼30대 청년상인 8명이 참여한 봉사단체 ‘칠성야시장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은 지난 2일 재료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아 핫도그와 샌드위치, 음료수로 200명분의 저녁거리를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의료진에 보냈다. 지난달 29일에도 대구의료원 의료진에게 200인분의 도시락과 커피를 만들어 전했다. 고추장불고기·소고기장조림·전복버터구이·무침회·채소류처럼 집에서도 자주 맛보기 힘든 음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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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 교대를 준비하러 가는 의료진 얼굴에 보호구 착용으로 얼굴에 상처가 깊어가고 마구 눌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의료용 반창고가 붙어 있다. 뉴스1


코로나19 여파로 10여일가량 문을 닫은 상인들은 마땅한 벌이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의료진의 도시락 반찬이 부실하다’는 내용을 접하고선 든든한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봉사단원 박수찬씨는 “처음에는 도시락으로 준비했는데 의료진이 끼니조차 제때 챙기지 못할 만큼 바쁘다는 얘기를 듣고 간단히 먹을 수 있도록 샌드위치로 바꿨다”고 했다.

이들은 재료구입을 위해 그동안 200만여원을 갹출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몇 차례 더 준비해 의료진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칠성야시장 상인 봉사단 관계자는 “우리도 너무나 힘들지만, 그동안 야시장을 찾아준 대구시민에게 보답하기 위해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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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대구시 수성구 노변동 대구스타디움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증 확진자 이송을 끝내고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며 병상이 부족해지자 이날 시내에 흩어져 있던 경증 확진자 약 300여명은 119 앰뷸런스를 타고 대구스타디움에 집결 후 마련된 버스를 타고 경주 등에 있는 지정된 생활치료센터로 이동했다. 연합


허영철 공감 게스트하우스 대표는 최근 의료봉사하러 온 의료진이 묵을 곳이 없어 모텔을 돌아다닌다는 말을 듣고 선뜻 방을 내줬다. 지난 주말부터 입실을 시작해 이날까지 짐을 푼 의사와 간호사는 총 15명에 이른다. 서울과 인천, 광주 등 전역에서 의료진이 찾아오고 있어 허 대표는 방을 20개 더 준비하고 있다. 매일 오전 의료진이 진료를 위해 나가면 방을 돌아다니며 살균·소독하고 청소한다.

허 대표는 “전례가 없이 힘든 상황이 대구에 닥쳤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고 타지 의료진이 대구에 있는 한 숙소 걱정만은 하지 않도록 모든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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