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만2047달러… 전년比 4.1%↓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4% 이상 줄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1.1%로 주저앉았고, 실질 GDP 성장률은 간신히 2%대에 턱걸이했다.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와 코로나19 악재가 겹치면서 앞으로 한국경제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2047달러로 전년(3만3434달러)보다 4.1%(1387달러) 줄었다.
1인당 GNI 감소는 2015년(-1.9%) 이후 4년 만이며 감소폭은 금융위기 때인 2009년(-10.4%) 이후 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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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객이 급감한 가운데 지난 2일 오전 서울지하철 3호선 오금행 열차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상윤 기자 |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2047달러로 전년(3만3434달러)보다 4.1%(1387달러) 줄었다.
1인당 GNI 감소는 2015년(-1.9%) 이후 4년 만이며 감소폭은 금융위기 때인 2009년(-10.4%) 이후 최대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한 나라 국민의 평균적인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GNI)을 통계청 추계 인구로 나눠 원·달러 환율을 반영해 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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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17년(3만1734달러)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이듬해 3만3434달러로 증가했으나 2년 만에 후퇴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큰 폭으로 하락한 이유 중 하나는 원화 약세로 달러화 표시 소득이 줄어든 것이다. 한국은행도 “환율요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원화 기준으로 1인당 GNI는 전년 대비 1.5% 늘어난 3735만6000원이었다. 하지만 이 증가폭도 1998년(-2.3%)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았다.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 경제성장 둔화다.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은 2.0%에 그쳤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성장률 2.0% 중 정부가 1.5%포인트, 민간이 0.5%포인트 기여했다.
박성빈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수출 둔화 등 민간 부문의 성장세가 약화한 가운데 정부가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한 데 따른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2.0%도 정부가 나랏돈을 풀어 성장을 견인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물가를 반영해 체감 경기에 더 가까운 명목 GDP 증가율은 1.1%에 그쳐 1998년(-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수출물가는 크게 떨어졌지만 수입물가는 변동폭이 크지 않아 교역조건이 악화한 탓이다.
박 부장은 “2∼3년 전 설비·건설 투자가 활발했던 데 비해 지금은 조정국면을 맞이하게 된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수출 둔화”라며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전반적인 대외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우리 주력 수출인 반도체 등 가격이 하락하고 수출이 둔화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GDP 디플레이터(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도 전년 대비 0.9% 하락했다. 하락폭이 1999년(-1.2%) 이후 20년 만에 가장 컸다.
GDP 디플레이터는 소비자에게 밀접한 물가만 측정하는 소비자물가지수와는 달리 국내에서 생산한 수출품과 투자재 등을 포함한 국민경제 전반의 종합적인 물가수준을 보여준다.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의 가격이 급락해 수출 디플레이터가 크게 하락하면서 전체 GDP 디플레이터를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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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망은 더욱 부정적이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한은은 “1분기 마이너스 성장도 가능하다”고 내다보며 지난달 27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낮췄다.
박 부장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에 대한 민간 기여도가 0.2%에서 0.4%로 높아진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지 못해 아쉽다”며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단기간 극복된다면 전반적인 경기 성장 흐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기화하면 충격이 오래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외조건 악화로 올해 한국경제 상황은 지난해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큰 데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 등 구조개혁과 경기부양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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