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 극적 체결…덩치불리기로 항공불황 돌파
[헤럴드경제=김성미 기자]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SPA 체결 일정이 두 번이나 미뤄지면서 인수 철회도 전망됐다. 그러나 덩치불리기로 급변하는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전략으로 의견을 굳혔다.
제주항공은 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545억원에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SP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 지분율은 51.17%다.
제주항공이 지난해 12월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보다 150억원 저렴한 가격으로 SPA를 체결했다. 항공업계가 코로나19로 사상 최악의 업황을 겪으면서 이스타항공의 기업가치도 크게 떨어진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말 일본 불매운동 영향 등 항공업 악화에도 이스타항공 인수 결단이라는 강수를 뒀다. 설립 5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수많은 위기에도 성장을 이어온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로 덩치를 불려 글로벌 항공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MOU 체결 후 실사기간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여행객 감소를 넘어 한국인 입국 거부 국가까지 늘어나며 사실상 항공업은 올스톱됐다. 국내 확진자 수는 이날 4200명을 넘어서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항공업이 언제쯤 되살아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SPA 체결 연기는 이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어 저비용항공사(LCC)의 주요 노선은 타격이 큰 실정이다.
다만 제주항공의 경영진은 코로나19 사태는 언젠간 잠잠해질 것이고 글로벌 항공업황 변화에 대비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간 경쟁 심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시장 우위 자리로 올라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로 확실한 빅3 자리를 점하게 됐다. 완전자본잠식까지 간 이스타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당분간 비용 절감, 노선 감축 등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 경영진도 코로나19라는 사상 최악의 업황을 보며 이스타항공 인수 여부를 끝까지 고민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같은 상황은 언젠가 지나갈 것으로 보고 덩치불리기로 LCC 지각변동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miii0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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