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방역물자 부족상황 등 고려한 듯…'남북합의 이행' 중요성 환기
정부, 국제기구-민간단체 통한 '우회협력'부터 우선 검토할 듯
3.1절 기념사 하는 문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과 관련해 남북 보건 협력 필요성을 공개 거론함에 따라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악재가 소강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화의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101주년 3·1절 기념식 축사에서 "북한과 보건 분야의 공동협력을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대북 메시지에서 보건 협력을 핵심 화두로 던진 것은 코로나19가 현시점에서 남한뿐 아니라 북한에도 최우선 현안이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마자 국경을 전면 봉쇄하는 등 국가비상방역체계에 돌입했다.
북한은 아직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코로나19 청정국'을 자처하고 있지만, 방역물자 수급 등에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논의 당 정치국 확대회의 |
문 대통령은 다만 '코로나19 방역협력'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접경 지역의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며 더욱 포괄적인 보건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끝에 도출된 성과물 중 하나인 남북간 보건의료 협력 합의와 그 후속조치들을 염두에 둔 대목으로, 결국 남북 합의 이행의 중요성을 환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은 지난 2018년 11월 남북보건의료 분과회담에서 감염병 정보를 교환하기로 합의한 뒤 인플루엔자(독감) 관련 정보 등을 시범 교환하기도 했지만, '하노이 노딜' 여파로 남북관계마저 경색되면서 이렇다 할 결실은 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보건협력과 함께 9·19군사합의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남북은 2년 전, '9·19 군사합의'라는 역사적인 성과를 일궈냈다"며 "그 합의를 준수하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으로 넓혀 나갈 때 한반도의 평화도 굳건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대북메시지는 당면과제로 보건분야의 공동협력과 9·19 군사합의 준수를 강조하고 향후 다양한 분야의 협력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도 최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코로나19 극복이 최고의 관심사임을 분명히 한 만큼 향후 남북대화가 재개된다면 보건협력, 접경협력, 기후협력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에 얼마나 호응하고 나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마스크 쓴 평양주민들 |
북한은 지난 1월 말 개성에 있는 남북연락사무소를 잠정 폐쇄하는 등 오히려 남한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상황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정부 역시 그동안 "감염병 전파 차단 및 대응을 위한 남북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급속히 확진자가 늘어나는 국내 상황과 북한의 '거부반응'을 우려해 대북 방역협력 제안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정부는 다만 최근 국제기구와 민간단체들을 중심으로 대북 방역물품 지원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이들 기관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남북방역 협력의 물꼬를 트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최근 민간단체나 국제기구가 대북지원 협력을 공식 요청해올 경우 "해당 기관과 긴밀하게 협의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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