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3일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는 부산 연제구 도시철도 시청역 인근에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참여를 홍보하는 현수기를 내걸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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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되는 여론조사 횟수가 2016년 20대 총선에 비해 줄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여론조사 관련 법규가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2016년 총선 당시에는 무분별한 여론조사 난립으로 이런저런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일부 출마자가 자신의 홍보를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도 문제였다. 게다가 의뢰 후보에 유리한 결과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냈다는 의혹까지도 일부 불거져 나왔다.
지난 총선 비해 5분의 1로 줄어
하지만 이후 20대 총선 이후 일부 개정된 공직선거법을 통해 여론조사가 더욱 까다로워졌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2016년 총선이 끝난 후 선거 여론조사가 실제 선거 결과와 실제로 다른 경우가 많았고 선거 때만 우후죽순식으로 생긴 여론조사기관이 소위 ‘떴다방’처럼 영업했기 때문에 좀 더 엄격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정된 선거법은 이런 선관위의 개정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엄격해진 여론조사 관련법의 효과가 피부로 체감될 정도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지난 총선에 비해 여론조사가 5분의 1 정도 줄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여론조사 시장이 위축됐다”고 말했다.
20대 총선과 가장 큰 차이는 공직선거법 제108조 개정안이다. 제108조 12항을 보면 ‘정당 또는 후보자가 실시한 해당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경우 선거일의 투표 마감 시각까지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후보자가 의뢰한 선거 여론조사가 공표되고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이 행위가 금지된 것이다. 안일원 대표는 “이 조항이 선거 여론조사 시장이 위축된 핵심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 서면신고 절차 역시 강화됐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3항에 따르면 법이 규정하는 해당자를 제외하고는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려면 여론조사의 목적, 표본의 크기, 조사지역·일시·방법, 전체 설문 내용 등을 여론조사 실시 이틀 전까지 신고해야 한다.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언론이나 정당의 여론조사는 사전 신고를 할 필요가 없지만, 이외의 대상자가 의뢰하는 여론조사는 사전에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서면 신고해야 한다. 후보자가 의뢰하는 여론조사가 이런 사전 신고의 대상에 속한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는 선거 여론조사를 하기 전에 점검해서 법 위반 소지가 있을 경우 선관위에서 미리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의 여론조사에는 가중값 배율이 강화됐다. 안일원 대표는 “이전에는 공표용 선거조사의 성별·연령대별·지역별 가중값 배율이 0.5∼2.0 이내로 허용됐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0.7∼1.5로, 강화된 기준이 도입됐다고 말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선거여론조사기준 제5조에 따르면 가중값 배열이 0.5∼2.0의 범위 내에 있지 않은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 또는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가중값 0.7’이란 만약 20대 100명을 조사해야 한다면 70명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20대 100명의 조사에서 기존에는 50명으로 가능했지만 70명 조사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여론조사기관은 20대의 응답을 받기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전화를 돌려야 하는 셈이다. 엄경영 대표는 “여론조사를 하면 특히 20대 여성의 응답을 받기가 힘들다면서 가중값에 맞춰 이 표본을 채우기 위해 하루종일 전화를 돌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가중값이 강화되면서 여론조사 비용이 더 들게 됐다”면서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대강 숫자만 채우던 여론조사의 나쁜 관행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4·15 총선을 50여 일 앞둔 2월 24일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선거 홍보를 준비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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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초과하면 선거비용에 포함
이번 총선에서 후보자들은 여론조사에서도 선거비용 지출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안일원 대표는 “이전에는 여론조사 관련 비용은 횟수에 제한 없이 ‘선거비용 외 정치자금’으로 지출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2017년 공직선거법 제120조에 새로운 조항이 신설되면서 예비후보자등록신청개시일인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선거일인 올해 4월 15일까지 4회까지만 허용됐다”고 말했다.
4회를 초과한 여론조사 비용은 ‘선거비용’에 강제 산입하게 된다. 여론조사비용이 선거비용에 포함되게 되면 후보자들은 빠듯한 법정선거비용 제한액 내에서 여론조사에 지출할 자금 여유가 없게 된다. 안 대표는 “법정선거비용 제한액이 매우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법정 선거운동도 제대로 할 수 없는데, 여론조사 횟수에 제한을 두면서 여론조사를 적게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통계(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20대 총선에서 위반 심의 대상은 모두 249건이었고, 이중 인용된 것은 208건(기각 37건, 각하 4건)이었다. 공표·보도 시 준수사항 위반이 53건으로 가장 많았고, 여론조사 시 준수사항 위반이 39건, 표본의 대표성 미확보가 35건, 여론조사 결과 왜곡·조작이 30건 등이었다. 지난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의 선거를 도왔던 한 인사는 “당시에는 여론조사가 선거에 개입하면서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여론조사가 당락을 쥐고 흔드는 잣대가 되기도 했다”면서 “이후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이런 폐해를 없애려는 시도가 20대 국회에서 많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21대 총선과 관련해 심의·조치 현황을 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 26일 현재까지 인용이 모두 50건이다. 고발이 5건, 과태료가 1건, 경고 12건, 준수촉구가 31건 등이었다.
선거 여론조사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여론조사의 정확성이 더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홍형식 소장은 “예전 선거에서는 여론조사를 빙자한 홍보가 많았다”면서 “한편으로 보면 여론조사의 질적 강화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업계는 조사 기준이 엄격해진데다 전반적인 경기 부진, 코로나19라는 삼중고를 맞게 됐다. 홍 소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전화면접원들의 구내식당 출입을 금지시키고, 러시아워 시간을 피해 출근하도록 해서 오전 조사시간을 늦췄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가 심해지면 전화면접원 조사가 아닌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로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법적으로 전화면접원이 특정 사무실에 앉아 조사해야 하는 규정이 있어 재택근무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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