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영상에 나온 촉수 달린 우주선은 무엇이고, 촉수 외계인이 주인공 눈에 넣은 유충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발더스 게이트는 원래 이런 내용이었을까? 이번 주에는 발더스 게이트가 어떤 시리즈였고, 충격적인 영상을 보여준 발더스 게이트 3는 무슨 내용을 다룰지에 대해 정리해봤다. 이번 기회에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 줄거리와, 새로 나올 발더스 게이트 3과 관련된 설정에 대해 알아보자.
발더스 게이트는 무대일 뿐, 줄거리는 바알스폰 사가
기본적으로 ‘발더스 게이트’는 TRPG ‘던전 앤 드래곤’ 세계관 중 하나인 ‘포가튼 렐름’에 나온 도시국가의 이름이다. 그렇기에 앞선 내용을 아는 상태에서 발더스 게이트를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는 포가튼 헬름 배경이었던 발더스 게이트 인근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실 발더스 게이트라는 곳은 전체 시리즈 중 첫 번째 게임에만 등장하고, 그나마도 게임 무대일 뿐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서사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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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부터 도시국가 ‘발더스 게이트’와는 상관없는 해골 문양이 있는데… (사진출처: 아마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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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번역 출간된 ‘타임 오브 트러블’, 혹은 ‘아바타 크라이시스’ 소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발더스 게이트는 바알의 신성을 지닌 자손, 이른바 바알스폰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주인공 압델 애이드리언(기본 이름으로, 게임 시작 시 변경 가능)은 학자들이 세운 요새화된 도서관 캔들킵에서 자신의 정체를 모르고 자라난 바알의 자식이다. 게임은 주인공 압델이 다른 바알스폰의 음모에 휘말리며 시작된다. 즉, 처음부터 바알스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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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시작 동영상에 나오는 사레복의 모습(사진출처: 발더스 게이트 위키) |
그 중 하나는 발더스 게이트와 가까운 거대 상업국가 ‘앰’ 영토에서 벌어진 광산 문제였다. 내쉬켈 광산이라는 곳에서 철이 부식된 채로 채굴되거나, 광부가 계속 실종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 이에 사건 조사를 맡게 된 ‘압델’은 일단의 용병들이 의도적으로 광산에 유독한 물질을 사용해 광맥을 부식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수집한 단서들이 가리키고 사건 진상을 쫓아 발더스 게이트로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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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에서 묘사된 도시 발더스 게이트 (사진출처: 발더스 게이트 위키) |
이후 발더스 게이트 치안을 맡은 플레이밍 피스트 용병에게도 의뢰를 받은 주인공은 사건 배후에 아이언 쓰론이라는 사업체가 있음을 깨닫는다. 철과 무기를 거래하는 이들은 의도적으로 발더스 게이트와 앰 사이에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 사이에서 이익을 취하기 위해 이러한 음모를 꾸몄던 것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 이들도 진짜 전쟁을 원한 것은 아니었고, 적대적인 분위기만 고조시키는 선에서 끝낼 계획이었다.
즉, 아이언 쓰론도 진정한 흑막은 아니었던 것이다. 다만, 발더스 게이트 귀족이자 아이언 쓰론의 후계자 사레복은 사실 바알의 자식이었다. 자신이 몸담은 아이언 쓰론마저 속인 채 진짜로 앰과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었다. 그리고 두 국가간 전쟁에서 벌어질 대규모 학살에서 힘을 얻어, 자기 내면에 잠든 바알의 신성을 깨우고 스스로 새로운 신이 될 야망까지 품었다. 또한 그는 근처에 있는 또 다른 바알스폰인 ‘압델 애이드리언’을 습격하고, 그 과정에서 고라이온을 죽인 원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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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사레복은 도시지하의 숨겨진 바알 신전에서 쓰러진다 (사진출처: ‘발더스 게이트’ 위키) |
이처럼 메인 줄거리에서 도시국가 발더스 게이트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 다만 인근 지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다. 여기에 게임을 만든 바이오웨어는 당시 웨이스트랜드의 ‘한 가지 목표를 성취하는 데 여러 개 선택지가 제시된다’는 철학을 반영해 발더스 게이트에서도 수많은 선택지를 제공했으며, 이에 따라 발생하는 스토리 갈래도 다양했다. 이처럼 풍부한 자유도 덕분에 게임 발더스 게이트는 당시 수많은 RPG 팬들의 반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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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대화 선택지를 통한 자유도 높은 스토리 전개가 유명했다 (사진출처: 발더스 게이트 위키) |
발더스 게이트 2로 끝난 바알스폰 사가, 그리고 블랙 하운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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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상 발더스 게이트와는 아무 상관도 없던 발더스 게이트 2 (사진출처: 아마존) |
발더스 게이트가 기대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자 바이오웨어는 곧 차기작 제작에 착수했다. 이후 2000년에 출시된 발더스 게이트 2는 게임성 자체는 전작 특징을 그대로 이어가되, 클래스, 주문, 아이템, 콘텐츠 볼륨이 대폭 확장됐다. 그에 따라 스토리도 한층 스케일이 커졌다. 전작 주인공 압델이 살육의 신 바알의 화신으로 변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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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중 바알의 신성이 각성하며 주인공은 죽은 살육 신 화신 슬레이어로 변하는 힘을 얻는다 (사진출처: 발더스 게이트 위키) |
납치를 사주한 이는 이레니쿠스라는 마법사로, 그는 압델이 바알스폰이라는 소문을 듣고 음모를 꾸몄다. 압델을 납치한 이레니쿠스는 마법적인 고문과 실험으로 압델에게 내재된 바알의 신성을 강제로 각성시키고, 이를 빼앗아 자신의 힘으로 삼고자 했다. 이에 게임이 시작할 때 주인공 압델은 이미 포획당한 상태며, 전작 동료 중 일부는 이미 함께 납치돼 잔인한 고문 끝에 살해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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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사 치고는 근육이 장난 아닌 발더스 게이트 2 악당 이레니쿠스 (사진출처: 스팀) |
그런데 알고보니 이레니쿠스는 일부러 체포된 것이었다. 그의 계획은 불법 마법 사용자를 수감한 수용소를 장악해 거대한 함정으로 만든 후, 주인공을 유인해 생포하는 것이었다. 이 계획이 성공하며 압델은 자기 영혼과 바알의 신성 중 상당 부분을 이레니쿠스에게 빼앗긴다. 이후 이레니쿠스는 바알의 신성을 빼앗으면서까지 추구했던 자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떠나고, 간신히 살아남은 압델은 그 뒤를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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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위의 외딴 섬에 위치한 마법사 수용소 스펠홀드 (사진출처: 발더스 게이트 위키) |
수용소에서 탈출하고 이레니쿠스 뒤를 쫓는 과정에서 압델은 친구 이모엔도 바알스폰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이레니쿠스가 사실은 엘프 마법사였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엘프 여왕과 긴밀한 사이였던 이레니쿠스는 점점 야심이 커져 신성한 생명의 나무에서 힘을 흡수해 더 강해지고자 했다. 그 결과 저주를 받은 그는 엘프의 영혼과 영생을 모두 잃었고,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 복수하겠다고 앙심을 품었던 것이다.
게임 후반부에서 압델에게 빼앗은 바알의 신성으로 막강한 힘을 얻은 이레니쿠스는 다크 엘프와 악마 동맹을 모아서 성스러운 엘프들의 도시를 공습한다. 압델은 바알의 신성과 자기 영혼의 일부까지 빼앗긴 탓에 차츰 죽어가는 와중에도 이레니쿠스 뒤를 쫓아 엘프들의 도시까지 오고, 그곳에서 엘프와 함께 생명의 나무에서 힘을 흡수하던 숙적 이레니쿠스와 다시 한 번 대적하고, 그를 쓰러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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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나무가 위치한 엘프들의 성스러운 도시 설다네셀라 (사진출처: 게임 내 영상 갈무리) |
쓰론 오브 바알은 세계 각지의 바알스폰이 자기 정체를 깨닫고 신성이 각성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막이 오른다. 그 중 특별히 강했던 이들은 사레복처럼 살육을 저지르거나, 다른 바알스폰을 죽이고 신성을 흡수하여 새로운 신이 되고자 했다. 이러한 전쟁에 압델도 어쩔 수 없이 휘말리고, 종국에는 남은 바알스폰과 이 모든 사태를 배후에서 조종한 바알의 대사제를 모두 쓰러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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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론 오브 바알도 따지고 보면 배경이 발더스 게이트는 아니었다 (사진출처: 아마존) |
그 이후로도 발더스 게이트 라이선스를 지닌 인터플레이는 발더스 게이트라는 이름을 계속 쓰고 싶어했다. 2001년과 2004년 출시된 콘솔 게임 발더스 게이트: 다크 얼라이언스는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의 후광을 기대하고 인터플레이 산하 블랙 아일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이름만 비슷할 뿐 기존 발더스 게이트와는 스토리도, 게임성도 다른 핵 앤 슬래시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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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시리즈와 전혀 접점이 없던 발더스 게이트: 다크 얼라이언스 (사진출처:Retro Gamer) |
그러나 결과적으로 발더스 게이트 3: 블랙 하운드는 나오지 못했다. 적자에 처한 인터플레이가 던전 앤 드래곤 제작사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에 PC 게임 라이선스 연장을 못해 프로젝트가 취소되고, 얼마 후 개발을 맡았던 블랙 아일 스튜디오까지 자금난으로 문을 닫아버렸다. 그렇게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는 2003년 발더스 게이트 3: 블랙 하운드 개발이 취소된 후 사실상 동결됐다.
라리안 스튜디오가 만드는 발더스 게이트 3, 촉수가 나오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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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이름은 발더스 게이트지만, 기존 시리즈와 접점은 없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
게다가 던전 앤 드래곤 최신판 출시 이벤트 시나리오 ‘발더스 게이트에서의 살인’은 아예 압델 애이드리언의 죽음을 소재로 해 발더스 게이트 팬들에게 씁쓸함을 느끼게 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압델은 마지막 여행 후 은퇴해 발더스 게이트 대공이 되었지만, 최후까지 죽지 않고 버티고 있던 미친 바알스폰의 기습으로 결국 사망한다. 그 결과 모든 바알스폰의 신성이 해방되며 과거에 죽은 살육의 신 바알이 부활한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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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쇠한 옛 주인공 압델 애이드리언은 결국 공식적으로 죽음을 맞고 바알이 부활한다 (사진출처: Drivethru RPG) |
이렇듯 게임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는 명맥이 끊기고, 전통의 주인공 압델 애이드리언도 세계관 상 죽은 것으로 처리되면서, 후속작이 나올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 그런데 2019년, 느닷없이 디비니티 시리즈로 인지도를 얻은 벨기에 게임 개발사 라리안 스튜디오가 발더스 게이트 3를 만든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2 성공을 본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가 발더스 게이트 3 제작을 제안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발더스 게이트 3’은 어떤 내용일까? 우선 세월이 세월인 만큼 엔진과 게임성도 완전히 바뀌지만, 줄거리도 바알스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대신 완전 새로운 이야기를 다룬다. 바알스폰 사가에서 이어지는 내용을 기대한 옛 팬이 있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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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게임 엔진부터 완전히 다르다 (사진출처: Polygon) |
생식 방식도 사뭇 다르다. 또한 일리시드는 올챙이처럼 생긴 유충을 낳고, 이 올챙이를 인간 혹은 유사한 지성을 지닌 종족의 몸에 집어넣는다. 그러면 올챙이는 숙주의 뇌를 파먹고 자신이 새로운 뇌가 된 후에 육체를 점점 변질시켜 새로운 일리시드가 된다. 영상에서 일리시드가 1인칭 시점 주인공 눈에 괴물 올챙이를 넣는 것은 새로운 동족을 만드는 행위인 것이다. 이 함선에 있는 많은 일리시드 시체로 볼 때 이들은 급히 동족을 만들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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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주에게 올챙이를 넣는 일리시드 (사진출처: 발더스 게이트 3 오프닝 시네마틱 영상 갈무리) |
이후 영상에서 일리시드는 노틸로이드 스펠잼머 함선을 기동해서 황급히 숙주로 삼을 발더스 게이트 시민들을 납치한 후 본인을 추적하는 기스양키 레드 드래곤 기수들을 피해 도망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심하게 파손된 노틸로이드 함선은 추락하고, 이미 머리에 올챙이가 든 주인공은 가까스로 생존해 불타는 함성 잔해에서 기어 나온다. 발더스 게이트 3은 탈출한 숙주인 주인공 시점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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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틸로이드 스팰잼머 함선을 공격하는 기스양키 레드 드래곤 기수 (사진출처: 발더스 게이트 3 오프닝 시네마틱 영상 갈무리) |
그렇다면 게임 내에서는 어떠한 내용이 이어질까? 아직 공개된 정보가 많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으나, 그 중 주인공 머리에 든 올챙이가 큰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스팀 페이지에 있는 게임 소개 내용에 따르면 주인공은 마인드 플레이어가 뇌에 심은 기생충으로부터 나오는 신비한 힘을 각성하게 된다. 이후 주인공은 새로운 힘을 악에 대항해 쓸 것인지, 그 자신이 악이 될 것인지, 두 갈래로 갈라지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주인공은 일리시드가 동족을 늘리기 위해 심은 올챙이로 인해 변이가 시작됐거나, 이미 뇌를 파 먹히고 올챙이가 스스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태일 수 있다. 실제로 던전 앤 드래곤 설정상 일부 일리시드는 각성 초기 숙주가 가진 일부 기억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기도 하며, 급히 동족을 늘리느라 미성숙한 올챙이를 넣었다면 변이가 특별히 느리게 진전된다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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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이미 뇌를 올챙이에게 먹혔는데도 스스로 여전히 인간이라 믿는 변이 중인 일리시드 아닐까? (사진출처: 발더스 게이트 3 오프닝 시네마틱 영상 갈무리) |
게임메카 이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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