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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이슈 산업생산과 소비동향

[전 세계 뒤덮은 코로나19 사태] Part Ⅰ➌ 코로나19 發 중국 위축, 국내 산업 충격 불가피 | 유통·항공·외식 직접 타격… 반도체·자동차 생산도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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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기세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언제쯤 상황이 수습될지 알 수 없는, 바이러스와의 기약 없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대규모 인명피해를 낳는 감염증은 경제적 충격이 뒤따르며 정신적, 물질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우한을 비롯한 중국 내 주요 발병지역의 공장 가동이 차질을 빚으며 중국의 산업 활동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 내 산업 위축은 글로벌 공급망 위축으로 이어진다. 2월 이후 전 세계 곳곳의 공장이 가동을 멈추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 중국에서의 부품 공급이 중단되며 현대차가 잠정 휴업을 결정하기도 했다. 중국산 전선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의 공급 불안정이 낳은 결과다. 중국 외에 여러 나라에서 부품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던 한국GM도 부평공장 일부를 멈췄다. 업계에선 “중국 내 자동차 부품공장들이 재가동되고 있지만 국내로 들어오는 양이 많지 않다”고 전하고 있다. 중국 내 일부 지역이 폐쇄됐고 까다로운 방역조건에 생산인력과 물류가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자동차 부품을 포함해 국내에 수입되는 중국산 중간재는 약 89조원(2017년 기준)이나 된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중국산 중간재 수입국이다. 동남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중국산 중간재 수입도 만만치 않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전기·전자기업의 부품과 원자재 중 26%가 중국산이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섬유·의류 기업도 원자재의 25%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제조업뿐만이 아니다.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유통업, 호텔업, 항공업, 화장품업 등은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중국을 포함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줄고, 외출 자제로 인한 국내 관광객의 감소, 중국 내수 위축에 따른 수출 악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30년 만에 최저, 약 191조원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한국도 그 피해의 중심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매일경제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평소보다 한산한 서울 중구 명동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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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모이는 곳에 가지 않는다”

직접 타격받은 유통·외식업

지속되는 경기침체에 일본제품 불매운동, 게다가 코로나19까지 이어지며 유통가는 그야말로 폭탄을 맞았다. 견디다 못해 매장이 폐점하자 주변의 식당까지 영향을 받으며 지역 상권까지 흔들리고 있다. 일례로 일본의 패스트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는 2월에만 서울 엔터식스 상봉점(18일), 엔터식스 강변점(21일), 엔터식스 왕십리점(23일), 현대백화점 중동점(29일)을 폐점했다. 여기에 롯데그룹이 매장 700여 곳 중 200여 곳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유통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며 문 닫는 매장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2월과 3월이면 졸업식과 입학식 등 대목 장사를 노리던 꽃집과 식당 등 외식업도 먹구름이 짙다. 코로나19로 인해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학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코로나19의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2주간 외식업체 중 85.7%가 ‘고객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평균 고객 감소율은 29.1%나 됐다. 사람 많기로 유명한 서울 명동과 남대문시장의 매출은 80%, 광장시장의 매출은 50~70%나 줄었다.

국내 면세점 상황은 이보다 심각하다. 지난해 약 25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면세점 업계는 코로나19가 올 연말까지 잡히지 않으면 하루 300억원, 연간 10조원이 넘는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백화점 업계도 비상이다. 롯데백화점은 설 연휴 이후 2주(1월 27일~2월 9일)를 지난해 설 연휴 이후 2주(2월 11~24일)와 비교한 결과 매출이 14.1% 감소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의 매출도 12.4%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두 자릿수의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김문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점포당 매출액이 크고 해외 입출국객 변화에 민감한 면세점의 타격이 클 것”이라며 “최근 면세점 고성장이 외국인 매출 급증에 따른 것임을 감안할 때 큰 폭의 성장세 둔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국내 고객 감소가 더 아프다”

아무리 싸도 손님 없는 항공·호텔

“코로나19가 중국 내 확산을 넘어 국내에서도 크게 확산된다면 관광객은 최대 202만1000명, 관광수입은 최대 2조9000억원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전망한 코로나19의 한국 경제 파급 영향 중 한 대목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 24∼31일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하루 11%나 줄었다. 2월에는 감소세가 더 확대됐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 비중은 34.5%였다.

국내 호텔가는 단체 행사 취소가 이어지며 울상이다. 제주 지역 한 특급호텔은 2월 객실과 연회장 취소율이 30%에 달했다.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후 예약 취소율이 20% 이상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객실 매출과 중국인 숙박 비중이 높은 3성급 호텔의 타격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 위치한 5성급 호텔 관계자는 “호텔 수입의 약 70%는 객실 수입”이라며 “외국인 숙박객의 감소도 문제지만 국내 여행객 감소와 예약 취소가 더 아픈 부분”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제제와 보잉737 결함 등의 이슈로 3분기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내 항공사들은 코로나19 확산에 올 영업환경도 부정적인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중국노선 운항횟수가 77%나 줄었고, 동남아 주요노선까지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2월 초 열흘간 항공 여객 감소율을 살펴보면 중국이 64.2%, 동남아가 19.9%나 줄었다. 좋지 않은 상황에 국내 저비용항공사 1위인 제주항공은 위기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사내 메일을 통해 “작년부터 항공 업계가 공급 과잉과 한일관계 이슈로 인한 위기를 겪고 있는 시점에 코로나19로 인해 항공 여행수요가 위축되고 있다”며 “해결 시점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지난해 3분기 기준 15%로 가장 높았던 제주항공은 12개의 중국 본토 노선 운항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에 앞서 제주항공은 승무원을 대상으로 연차에 무급휴가를 합해 최대 1개월까지 쉴 수 있는 휴직을 권고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서울도 오는 5월까지 단기 휴직 희망자를 받는다. 티웨이항공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휴직 신청자를 받았다.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본토 노선 26개 중 김포~베이징을 비롯한 12개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고 인천~광저우 등 12개 노선의 운항은 감편하기로 한 상태다.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희망휴직 신청도 받고 있다. 대한항공도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3월 한 달간 연차 휴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노선 잠정 중단과 감편이 이어지자 업계에선 전년 대비 1분기 실적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측은 “일본(불매운동), 홍콩(정치불안)에 이어 중국 노선마저 코로나19 확산으로 감편되면서 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항공 업계의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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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전반에 도미노 타격 불가피”

중국 의존도 높은 전자·반도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코로나19 사태의 주요국 경제에 대한 영향과 시사점’에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중국의 중간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한국이 받는 타격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자·화학·철강 등 중국의 중간재 의존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산업 전반에 도미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중간재 비중이 높고 코로나19로 인한 소비부진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코로나19는 한국의 수출전선에 타격을 주고 있다. 우선 중국 현지공장 가동이 불안하다. 여기에 세계 최대 수요처인 중국시장의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전자와 반도체 분야의 타격이 심각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춘절 연휴 이후 중국 내 현지 공장의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안(낸드플래시)과 쑤저우(후공정)에 공장이 있고, SK하이닉스는 우한에서 600~800㎞ 떨어진 우시(D램)와 충칭(낸드플래시 후공정)에 반도체 공장이 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춘제 연휴를 마치고 사업장에 복귀한 근로자는 대략 70% 정도”라며 “이로 인해 일부 공급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추가적인 공급 차질에 대한 불확실성과 근로자 중 한 사람만 발병해도 사업장 전체를 폐쇄해야 하고 이로 인한 완제품 생산 차질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규 증설 투자 및 신규 생산시설 가동도 잠정적으로 지연되는 분위기”라며 “글로벌 장비 제조사 엔지니어들이 중국에서 철수함에 따라 신규 라인 설치가 쉽지 않은 가운데 물류 문제로 장비 조달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반도체의 65%를 소화하는 중국의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한국산 반도체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반도체를 수입하는 중국의 주요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수요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매일경제

코로나19 여파로 휴업했던 현대차 울산공장이 지난 2월 11일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시작하자 직원들이 명촌정문으로 출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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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부품의 메카 우한”

중국산 부품 수급 불안정한 자동차

올 들어 국내 완성차 업계는 생산과 내수, 수출 분야에서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지난 1월 국내 판매는 10만 대 이하(9만8755대)로 떨어졌고 생산과 수출은 전년 대비 약 30%나 쪼그라들었다. 월 10만 대 판매가 무너진 건 2013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0년 1월 국내 자동차산업 월간동향’을 살펴보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설 연휴와 일부 업체의 부분파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0% 줄어든 25만1573대에 불과했다.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8.1% 감소한 15만974대에 그쳤다. 르노삼성의 수출물량이 생산량 감소와 부분파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7.3%나 급감하며 영향을 미쳤다. 2월 이후에는 코로나19 사태가 더해지며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2월 초 중국 내 부품공장이 문을 닫으며 최대 일주일간 가동을 멈춘 국내 완성차 업계는 이미 수출과 내수 실적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2월 11일 현대차그룹이 일부 공장을 재가동하며 정상화에 나섰지만 상용차 공장은 한동안 휴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르노삼성은 부품 수급 불안정으로 2월 11일부터 나흘간 부산공장 가동을 멈췄다. 쌍용차도 2월 4일부터 12일까지 평택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가 생산을 재개했다. 중국 외 지역에 부품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던 한국GM은 2월 17일부터 이틀간 부평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휴업에 나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자동차 생산 400만 대 선이 무너지며 올해는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물 건너 간 상황”이라며 “중국 시장의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어 피해가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4호 (2020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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