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서 주재한 범의학계 전문가 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봉쇄정책이 아닌 완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봉쇄'로 다 막기에 불가능한 수준이므로 피해자를 최대한 줄이는 식으로 대응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다.
각 대학 감염병 전공 교수들은 정부에 조언과 함께, 때로 쓴소리도 던지며 토론에 참여했다. 부모의 가정돌봄을 지원하는 등 당장 시급한 정책지원 요구도 제기됐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2.24. since1999@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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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범대위)에 참여하는 11개 학회의 대표자들 중심으로 참석했다.
문 대통령 모두발언 후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이 ‘코로나19 지역 확산 대비 대정부, 국민 권고안’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백 이사장(성균관대 교수)은 "감염이 한 지역에서 상상 이상 크게 발생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완화 정책을 신속히 시작해야 한다"며 "대구·경북 지역, 부산·경남 지역까지 완화 정책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한국역학회 회장(한림대 의과대학 교수)은 신중론이었다. 김 교수는 "왜 중국이 우한 봉쇄 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완화 정책을 쓰면 시민사회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청도대남병원 같은 취약 병원이 우리나라에 굉장히 많다"며 "위기 단계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 것은 적절하지만 조직 업무상의 변화가 되어선 안 되고 정책적 대응 변화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허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전남대 의과대학 교수)은 "지역사회에서 중증 코로나 환자들을 상급 기관으로 전원(이동)시킬 때, 일부 병원이 병원 보호 차원에서 전원을 꺼리고 있다"며 "대구·경북 같은 경우 다른 지역으로 넘어갈 때는 중앙의 전원 조정센터를 활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화 대한소아감염학회 부회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학교 개학 일주일 연기 관련 "부모가 가정에서 돌볼 수 있게 직장의 유급휴가가 도입되도록 힘써 주시라"고 부탁했다. 그 이유는 "나이 많으신 조부모가 돌보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의 취약한 연령에 해당하는 어르신이 많다"는 점을 들었다.
김성란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회장(고대구로병원 감염관리실 차장)은 "의료기관조차 보호구를 구하기 어려워 마스크도 아껴 쓰는 상황"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보호장구를 생산관리해서 물품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복수의 참석자들은 국민인식 개선을 주문했다. 백경란 교수는 "막연하게 손을 씻는 게 아니라 평소 손을 자주, 비누로 30초 이상 꼼꼼하게 씻고,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입과 코를 휴지나 옷소매로 가리고 하라고 구체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일 '범대위' 실무TF장(가톨릭대 교수)은 "국민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며 "단지 손 씻기를 열심히 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민 노력이 없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방역체계의 대상이 아니라 방역체계의 한 축"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가천의대 길병원 교수)는 "지금은 중증환자, 사망자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의료기관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며 "병원부담이 증가하다 자칫 중증환자 한 명에 청도 대남병원처럼 전체병원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조건 병원에서 봐야 한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며 "경증 환자는 우한 철수 교민처럼 특정시설에서 자가격리 하고, 거기에 의료진이 가서 진료해주면 병상확보를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를 다 들어본 문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감사하다. 전문가 선생님들이 질본과 함께하고 정부와 함께하는 것이 국민이 좀 더 안심하지 않을까 한다"며 "상황이 끝날 때까지 정부와 민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방역에서 여전히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이라며 “조기 발견 사례는 치료가 잘 되는데, 발견이 늦어져서 감염이 많이 진행된 경우 치명률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 전문가들을 초청, 간담회 형식으로 회의를 열었다. 오후 2시부터 4시3분까지 진행됐고, 1시간30분을 예정한 것보다 33분을 넘겼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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