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론 부추기는 우익성향 서적과 완전히 다른 시각 제시
일본 내에서 지한파 인사로 이름이 알려진 스즈키 다카히로(鈴木崇巨·78) 목사가 일본인들이 한일 간의 불행했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한국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의 단행본을 냈다.
'당신은 한국을 알고 있나요?'(君は韓國のことを知っていますか?)라는 제목으로 일본 중견 출판사 '춘추사'(春秋社)를 통해 펴낸 이 책은 '또 하나의 한국론'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24일부터 오프라인 서점, 26일부터는 온라인 서점에서 각각 판매가 시작된다.
이 책은 부제가 암시하는 것처럼 한일 갈등의 요인이 돼온 역사 문제에 대해 혐한론을 부추기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는 일본 우익 성향의 서적과는 완전히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에서 지한파 인사로 이름이 알려진 스즈키 다카히로(鈴木崇巨) 목사가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썼다는 '당신은 한국을 알고 있는가?'(君は韓國のことを知っていますか?) 단행본 표지 사진. |
저자는 160여쪽 분량의 이 책에서 일본 사람들이 과거의 무서운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서 한국에 대해 '미래지향, 미래지향'이라는 말만 반복하는지 반문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주요 사건과 키워드를 중심으로 알기 쉽게 풀어놓는다.
특히 일제의 한반도 식민통치기를 집중적으로 조명해 일제가 한국인을 상대로 저질렀던 악행을 소개한다.
일례로 저자는 일본 우익 세력 등이 강제 동원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7만명에서 10만명으로 알려진 한반도의 젊은 여성이 강제적으로 종군위안부로 끌려가 일본 병사로부터 성적인 폭행을 당했다"면서 자살한 여성도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진상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고 썼다.
저자는 일본 내에서 이런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일이 계속돼 진상을 알리려는 한국인들이 위안부 동상을 만들어 설치하는 배경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일본이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한다면 한국인들은 용서해 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문제의 해결을 미루는 것은 일부 일본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저자의 친아버지는 일제의 한반도 침략 전쟁에서 활약한 죄로 태평양전쟁 종전 후에 열린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B급 전범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한다.
불교와 일본 전통종교인 신도(神道)를 신봉하는 전형적인 일본인 가정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그가 한국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에 재일 한국인 기독교인과 교류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일 한국인의 영향으로 교회에 다니다가 목사의 길을 걷게 된 저자는 일본인의 인식 속에 한국인과 한반도에 대한 극단적인 오해와 무지가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고 관련 연구 활동에 매진해 왔다고 한다.
2012년 저자가 내놓은 다른 한국 관련 서적인 '한국은 왜 기독교의 나라가 됐나'라는 책은 그 산물이었다.
강장식 재일대한기독교회 시나가와(品川)교회 목사는 "저자는 많은 일본인이 이번에 쓴 자신의 책을 읽어 한국을 바르게 이해하고, 한일 과거사도 제대로 인식해 참된 반성이 일본 시민사회에서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한국어 출판도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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